韓銀 독립성 논란 끝났지만… ‘물가안정 도그마’ 벗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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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신임 총재 후보자 과제

박근혜 대통령이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차기 총재로 지명하면서 한은이 4년 만에 다시 통화정책의 주도권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김중수 현 총재가 금리 결정을 두고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긴 했지만 그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외부인사라는 점에서 임기 내내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상시화됐고 저물가가 지속되는 등 달라진 경제 환경을 감안했을 때 이 후보자가 더이상 한은 독립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와대가 내부 출신 중용이라는 ‘선물’을 준 만큼, 독립성에만 매달려 정부와 엇박자를 내거나 내부개혁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4일 정부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이번 한은 총재 인사의 방점은 정부와 정책 공조를 무리 없이 진행하되 한은의 독립성 논란도 최소화할 수 있는 인물 선정에 있었다. 자칫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추기 위해 친(親)정부 인사를 총재직에 지명할 경우 청문회 등에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선캠프 인사나 관료 출신은 일찌감치 인선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면에서 이 후보자는 ‘맞춤형 선택’이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비록 이 후보자가 ‘정통 한은맨’이지만 자기 조직만 생각하지 않고 정부와 협력도 중시하는 유연한 성품을 갖췄다”며 “내부 출신이라 정부로서는 중립성도 표방할 수 있는 인사”라고 평했다. 이번 인사가 김중수 총재의 지난 4년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총재는 각종 인사개혁으로 한은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도 얻었지만 지난 정부 시절 “한은도 정부”라는 발언 등으로 중앙은행의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공고해진 한은의 독립성을 남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은이라면 으레 정부의 경기부양에 본능적으로 반대하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소비자물가가 1%대의 낮은 상승률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새 한은 총재가 ‘물가 안정’이란 기존의 통화정책 목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 총재와 대통령 임기가 비슷하게 남은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정책기조를 달리하면 낭비도 심해지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한은도 성장과 일자리가 중요한 가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원주 takeoff@donga.com·유재동 기자
#이주열#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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