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여행族 급증… 여행업계 판도 흔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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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파크 2분기 항공권 발권실적, 하나투어 추월

직장인 박모 씨(28)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다음 달 말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나는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을 예약했다. 그가 예약한 4성급 호텔의 하루 숙박비는 정상가의 절반 정도인 13만4000원. 항공권은 인도네시아 항공사의 프로모션을 통해 정상가보다 10% 싸게 샀다. 박 씨는 “여행비용이 패키지 상품만큼 싸 만족한다”며 “가이드 팁 등 추가 비용이 없어 실제로는 더 이익일 것”이라고 말했다.

단체여행 패키지 상품을 지양하고 자기만의 여행코스와 숙박지를 찾아 개별여행(FIT·Free Independent Tourism)을 떠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호텔 예약 전문사이트인 익스피디아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2012년 전체 예약이 전년보다 6배로 늘었고 올해 들어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 판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개별여행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여행문화의 선진화에 있다. 특히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20, 30대는 단체행동을 해야 하는 패키지여행보다 본인의 개성과 취향을 살릴 수 있는 자유여행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잘만 ‘손품’을 팔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여행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박 씨는 “여러 여행 예약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할인혜택을 찾을 수 있다”며 “쇼핑과 옵션 등에서 각종 추가비용이 들고 단체 일정에 얽매여야 하는 저가(低價) 패키지 상품보다 개별여행이 훨씬 더 실속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별여행 고객들을 겨냥해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온라인 여행사(OTA)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가격에 민감한 국내 개별여행객을 겨냥해 파격적인 할인율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저가 항공운임 검색 기능뿐만 아니라 모바일 티켓 발권 및 저장 기능 등 각종 부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자 원하는 일정에 맞춰 가격이 가장 쌀 때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여행 비수기와 성수기의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개별여행 바람은 국내 여행업계의 지형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여행사별 항공권 발권실적(BSP)을 집계한 결과 전체 상품 중 개별여행 비중이 95% 이상인 인터파크투어(1894억 원)가 여행업계 부동의 1위였던 하나투어(1890억 원)를 처음으로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BSP는 여행사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올해 상반기(1∼6월) 인터파크투어의 BSP 실적은 34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나 증가했다.

여전히 패키지 상품의 비중이 큰 하나투어에서도 개별여행 상품 비중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패키지 상품의 고객 수 증가율은 10%에 그쳤지만 호텔과 항공 등을 개별적으로 예약하는 고객은 전년보다 31% 늘었다.

한편 남들과 다른 특별한 여행을 추구하는 개별여행 고객이 크게 늘자 여행업계에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현지에 사는 가이드와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을 일대일 연결해주는 맞춤형 개별여행사 ‘마이리얼트립’이 대표적인 예다. 여행 콘텐츠 제공을 통한 개별여행객 확보가 중요해지자 최근 하나투어는 주요 여행지의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투어팁스’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개별여행#여행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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