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 분석! 부동산 시장]강남역 패션비-대치동 교육비 많이 결제

  • 동아일보

서울 강남구 1000개 구역 나눠 신용카드 사용 분석

신용카드 소비 패턴에도 ‘강남스타일’이 있을까?

2005년 젊은 지리학자 두 명이 서울 강남 일대 유동인구 600명을 대상으로 강남 문화의 특징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강남 문화의 특징을 ‘세련되고 유행에 민감하며’, ‘젊고’, ‘부유한’, ‘소비문화’로 요약했다.

소비문화를 이끄는 강남에서는 어떤 사업이 성행하고 누가 돈을 많이 쓸까. 빅데이터 전문업체 지오비전은 서울 강남구를 1000여 개 구역으로 쪼개 지난 1년간 이곳에서 사용된 신용카드 결제액 13조2880억 원을 심층 분석했다. 성별 나이 시간대 요일 월 계절 업종별 카드 사용액을 정밀 분석한 결과 강남 안에서도 돈을 많이 쓰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강남에서 카드 사용이 가장 적은 지역은 불과 15억 원이 쓰였지만 가장 많이 쓰인 곳은 무려 4300억 원이 지출됐다. 같은 강남 안에서도 무려 286배의 격차가 났다. 또 먹고 마시는 ‘식음료’ 업종에 지출된 돈이 전체의 37.6%를 차지했다. 이어 의료(30.5%), 소매(23.5%), 유흥(3.7%), 교육(3.5%)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 차이도 컸다. 국내 사교육의 메카로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3100억 원이 넘는 교육비가 카드로 결제됐다. 반면 강남역 주변 중심 상권에서는 패션 액세서리에만 무려 9300억 원이 쓰였다. 이는 전체 강남지역 소매업 지출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의료 부문에서는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밀집한 강남구 논현동, 신사동, 압구정동, 청담동 4개 지역에서만 무려 3조 원이 쓰였다.

연령별 소비 성향도 차이를 보였다. 20대 소비자는 주로 강남역 일대에서만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반면 중장년으로 갈수록 강남 곳곳에서 신용카드를 쓰는 모습이 나타났다.

최근까지 통계청 정보는 주로 3400여 개 읍면동 단위로 제공됐다. 한국 전체를 읍면동 기준으로 나눈 평균 면적은 서울 관악구 면적 29.5km²와 비슷하다. 정교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하기에는 너무 큰 면적이라 한계가 많다는 뜻이다.

이에 최근의 지리정보시스템(GIS) 전문가들은 전국을 읍면동 기준보다 약 30배 정교한 10만 개 구역 이상으로 세분화해 분석하고 있다. GIS와 빅데이터가 만나 해당 지역의 소비 패턴을 현미경처럼 분석할 수 있으므로 창업, 신규 개설, 회사 이전 등을 고려하는 각 기업과 개인은 이 정보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송규봉 GIS 유나이티드 대표 겸 연세대 겸임교수 mapinsite@gisutd.com
#강남역#대치동#소비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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