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분석한 한국사회 3대 현안]<中>청년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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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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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취업자-미취업자 3명중 1명 “스펙 쌓자” 학교로 도돌이

《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3분의 1 정도는 3년간 할 일 없이 지낸다. 어렵사리 중소기업에 입사해서는 대기업 이직을 희망하지만 ‘하늘의 별 따기’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취업시장에서 고전하다 구직활동 또는 이직 시도를 중단하고 학교로 돌아간다. 동아일보와 ‘빅데이터 국가전략 포럼’이 분석한 자료는 청년실업난의 심각성, 특히 고학력 무직자가 늘어나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자료와 맥락을 같이한다. 2010년에 20세 이상 3676만5374명 가운데 대학 출신은 43.2%였다. 1970년에는 6.6%였다. 》
분석팀은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에 속한 8310명의 2007년 취업 상태를 △대기업(200명 이상 사업장) △중소기업(200명 미만 사업장) △미취업 △학생으로 분류했다. 이들이 2010년에는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봤다. 다음은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인 ‘테라데이터’의 도움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 대기업 마다하고 학교 가는 도돌이족

20대 3명이 모였다. 모두 학생이다. 걸어온 길은 전혀 다르다. 김성준 씨(28)는 자동차 회사에 다니다 지난해 그만두고 대학원에 갔다. 국내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었다. “학력으로 경력 세탁 좀 해야죠. 나중엔 기회가 없을 것 같고….”

고졸 출신 조미영 씨(23)는 정보기술(IT) 관련 중소기업을 최근 그만뒀다. “대학 졸업장이 없으니 항상 대졸자와 일할 때 콤플렉스가 있더군요. 성형수술을 하잖아요. 시간이 들고 고통이 따르더라도. 성형하는 기분으로 대학 원서를 냈죠.”

송재영 씨(28).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반 동안 취업원서를 냈다. 결과는 모조리 낙방. 그래서 지난해 대학원에 등록했다. “무직 상태로 있으니 불안하잖아요. 괜히 면접 볼 때 불이익을 받는 기분도 들고.”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에 다니던 772명 중 34.0%는 3년 뒤에 학생이 됐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던 1864명 중 36.3%, 미취업자 3678명 중 35.5%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스펙을 더 쌓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문제는 더 좋은 직장으로 가는 길이 좁다는 점이다. 이모 씨(31)의 경우 2008년 독성학 분야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대기업 공채에서 떨어졌다. 중소기업 연구직으로 들어가 실무경력을 쌓고 대기업 여러 곳에 지원서를 냈으나 번번이 탈락했다.

중소기업 출신으로 3년 뒤 대기업에 들어간 비율은 8.7%에 불과하다. 이런 비율이 학생은 7.8%, 미취업자는 12.8%에 그쳤다. 또 중소기업 입사자 1864명 중 절반 정도는 계속 중소기업에 남았다. 사회생활의 출발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는 “노동시장에 칸막이가 형성돼 초기에 어디에 들어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곳을 뛰어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 미취업 상태로 머무는 캥거루족

정모 씨(26)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강남의 커피전문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고 손에 쥐는 월급은 150만 원. 2년 이상 일하면 정직원의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공채로 뽑힌 일반 대졸사원과는 업무와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고민한다.

결국 취업을 포기했다. 그는 “고졸 학력으로는 본사 직원으로 일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돈을 어느 정도 모은 뒤에는 자영업을 할 계획이다.

20대의 절반가량은 2007년에 미취업 상태였다. 3년 뒤에는 이들 중 12.8%가 대기업에, 22.4%가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29.3%는 여전히 무직. 상당수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린다.

첫 조사에서 학생이던 1996명 중 58.9%는 마지막 조사에서도 여전히 학생 신분이었다. 취직하기 위해 어학점수를 높이는 등 실력을 갖추려고 노력하면서 졸업을 연기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선임연구위원은 “첫 직장으로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개인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있어도 첫 회사로 선택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 여성은 결혼하면 구직활동 포기

결혼 여부가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남성과 여성이 크게 엇갈렸다. 여성은 결혼을 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남성은 취업 이후에 많이 결혼한다는 ‘통념’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다.

2007년을 기준으로 여성 미혼자 3553명 가운데 1242명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다녔다. 취업률은 35.0%. 반면에 기혼자 740명 가운데 취업자는 21.5%에 그쳤다.

김가경 씨(28·여)를 보자. 2008년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서울의 정보기술(IT)업체에 취업했다. 3년가량 일하다 지난해 11월 결혼을 앞두고 그만뒀다. 올해 아이를 낳으면서 재취업은 엄두를 못 낸다. 그는 “결혼을 전후해 잠시 여유를 가진 뒤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얘기했다.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연령은 평균 27세로 나타났다. 24∼26세에는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지만 27세를 넘기면서 결혼하거나 출산하면서 일을 그만두는 추세를 나타낸다.

남성은 정반대였다. 미혼 3730명 중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다니는 비율은 26.3%, 미취업자는 56.5%였다. 기혼 남성의 경우 88.5%가 직장인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직장 여성들이 결혼 출산 양육으로 이어지는 3대 고비를 현실적으로 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크게 떨어지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현재보다 10% 정도 높여야 국가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빅데이터 국가전략포럼 분석팀

△종합기획: 김현곤 박정은(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

△청소년 자살:
권정은 정지선(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 김정선 김현남(SK텔레콤 스마트인사이트 성장솔루션 사업팀)

△청년 일자리:
이유택 백인수(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 조인호 김형래(한국고용정보원 정보화사업본부) 구태훈 신중섭(테라데이터)

△영유아 보육정책:
김정미 윤미영(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 박영일(SM2네트웍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청년 일자리#도돌이족#캥거루족#구직활동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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