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경영]아, 내 가슴이 뛴다, 그대같은 인재를 만날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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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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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에 나선 한국기업들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의 혁신기업에는 무엇보다 뛰어난 인재가 필요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인재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사진은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가 KT 신입사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기업 혁신과 인재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KT 제공
“모바일 컨버전스 시대의 혁신기업에는 무엇보다 뛰어난 인재가 필요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인재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사진은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가 KT 신입사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기업 혁신과 인재상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KT 제공
《문제 하나.

야후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긴급 투입된 구글 부사장 출신의 머리사 메이어 씨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가장 먼저 챙긴 일은 무엇일까.

정답은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직원들에게 고급 메뉴의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이는 ‘일터가 지상 낙원’이라고 불리는 구글의 상징적인 직원 복지제도다. 메이어 CEO는 이와 함께 구글의 인재들을 끌어왔다. 그는 직원들에게 “야후를 1등으로 올려놓겠다”고 말하지 않고 “야후를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메이어 CEO는 가장 좋은 인재를 얻으면 시장에서의 성공이 저절로 뒤따라온다는 강한 믿음으로 야후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이처럼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경영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인재경영이 경제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 위기 극복의 원동력은 ‘인재’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변화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경쟁력입니다. 경쟁력은 (기업) 안에서는 사람과 기술, 밖에서는 사회의 믿음과 사랑에서 나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예측불허의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지키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로 ‘인재’를 꼽았다. 몇 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나 스마트폰 돌풍을 이끈 블랙베리가 한순간에 밀려날 정도로 급변하는 시장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원천은 오직 사람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경영컨설팅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최근 세계 주요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CEO들은 향후 1년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인재 확보와 유지를 꼽았다.

CEO들은 인재를 찾기 위해 해외에 나가거나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는 일을 꺼리지 않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4월 LG전자, LG화학 등 계열사 경영진을 대거 이끌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인재 찾기에 나섰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전국 대학을 다니며 채용 설명회에 직접 참여한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CEO에게 있어 인재 찾기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기업인으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2005년 그룹 공개채용을 처음 실시했을 때입니다. 인재들이 STX의 미래를 펼치겠다는 포부를 들으며 느낀 흥분과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 새로운 인재상 원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시작으로 올해 유럽 금융위기 등이 이어지며 세계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현상을 말하는 ‘블랙스완’이나 ‘뉴 노멀’과 같은 용어들이 경영서적을 장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의 인재로는 해결할 수 없는 환경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인재상을 치열하게 찾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킹형 인재’를 새로운 인재상으로 내세웠다. 바이킹형 인재란 기존 분야의 기득권을 버리면서까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를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포스코는 융합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포스코 스칼러십’이라는 교육 제도를 만들었다. 대학생들을 선발해 문과는 이과 수업을, 이과는 문과 수업을 듣도록 유도한 뒤 채용에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기존 인력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전문성을 높이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금호석유화학 직원들은 매년 초 자기를 변화시키기 위한 자기계발 계획을 작성한 뒤 60여 시간의 사이버 교육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대형 서점과 계약해 읽고 싶은 책을 무료로 지원하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은 각자 커리어를 관리할 수 있도록 매년 석·박사 학위 과정을 지원하고, 순환보직과 해외 파견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교육과 혁신을 통해 기업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나를 과학적으로 진단했다. 회사 측은 임직원이 원하는 미래상과 현재 모습 간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2년 전보다 격차를 9.3% 감소시키는 효과를 봤다고 자평했다.

○ 뽑는 방법도 업그레이드


기존과 다른 인재를 뽑기 위해 뽑는 방법도 달라진다. LG그룹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200여 명의 장애인을 뽑는 ‘장애인 공채’를 시작했다. 또 국내 첫 기업대학을 설립해 고졸 입사 지원자를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제공한 뒤 대학에 가지 않고도 회사에 기여할 고급 역량을 갖춘 인재로 키워 채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업 내에 새로운 인재풀을 집어넣어 다양성을 강화하려 성적(性的) 소수자를 채용하거나 정규 고등교육을 받지 않고도 출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뽑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과 다른 인재를 찾으려 특색 있는 채용 박람회를 여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뮤지컬 형식의 채용 설명회를 열었고, 게임회사인 넥슨은 채용상담과 강연, 파티가 뒤섞인 채용 설명회로 눈길을 끌었다. CJ그룹은 아예 극장을 빌려 축하 가수의 공연과 함께 하는 채용 설명회를 열었고, LG전자는 카페에서 ‘잡 캠프’를 개최했다. 이들 기업은 이색 채용 행사를 여는 이유에 대해 “활발한 양방향 소통을 통해 지원자의 다양한 면모와 잠재력을 발견해 내고,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을 끌어 원하는 인재를 얻는 효과를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GS칼텍스는 1차 면접 대상자들에게 회사 선배와 e메일, 트위터 등으로 교류할 기회를 부여했다. 또 현대자동차는 채용 설명회에서 ‘5분 자기 PR’를 통해 자신만의 가치를 충분히 표현할 기회를 주고, 심사위원들이 자기소개서를 교정해주는 ‘자기소개서 일대일 클리닉’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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