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안전에 중대한 결함이 있을 경우 재건축을 조기에 허용하는 내용의 법개정이 추진되면서 꽁꽁 얼어붙은 수도권 주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계기가 될지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개정이 차질 없이 마무리되면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1980년대 중후반 준공된 대단지아파트 집중 지역의 재건축이 활발해지면서 전체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띨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21일 전체 회의를 열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9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하반기(7∼12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이 되지 않은 아파트라도 내진(耐震)설계가 적용되지 않았거나 중대한 기능적 결함, 부실설계, 시공 등으로 구조적 결함이 발생했다면 재건축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이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에 따라 재건축을 위한 구조물 안전진단을 거친 뒤 안전상 문제가 있는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으면 재건축이 허용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도정법 개정으로 재건축이 앞당겨져 수혜가 예상되는 아파트는 총 61만1012채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내진설계를 의무화한 아파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1992년 이전 입주한 아파트 중 이미 재건축사업을 진행 중인 아파트를 뺀 수치다. 그 중 서울의 아파트가 29만5068채로 절반에 육박하며 이어 경기(18만8504채) 인천(12만7440채) 등의 순이다.
서울에서는 상계동 주공 1∼16단지가 포함된 노원구가 6만9513채로 가장 많고, 목동 신시가지 1∼14단지의 소재지인 양천구가 3만1198채로 뒤를 이었다. 도봉구(2만8855채)와 송파구(2만6211채)에도 수혜가 예상되는 아파트가 여럿이다.
법 개정 추진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가장 큰 곳은 목동이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1985년 12월 입주해 당장 내년 말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1단지를 제외하면 빨라야 2016년 이후 재건축이 가능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건축 사업 시행시기를 몇 년씩 앞당길 수 있어 주민들과 잠재 수요층의 관심이 높다.
목동의 M공인중개사 측은 “투자 수요를 불러오진 못하더라도 목동으로 이사 오고 싶어 하는 실수요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전진단 통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집값이 더 떨어질까 두려워 구입을 망설이는 대기 수요자들을 자극할 만한 소식이라는 평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부동산시장 자체가 죽어 있어 당장 목동 상계동 등 해당 지역의 아파트 값이 뛰지는 않겠지만 ‘호가’는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호재로 작용해 시세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계는 당연히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서울 강남, 목동 등 인기 지역을 제외하면 법 개정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건축 규제가 일부 완화된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친 불황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침체 때문에 재건축시장이 완전히 멈춘 것”이라며 “당장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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