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졸사원 채용 실적… 기존 일자리 포함해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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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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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개社 “작년 2985명 채용”… 새 일자리는 730명 그쳐

불합리한 학력 차별 철폐를 위해 고졸 채용을 크게 늘리겠다는 금융권의 대대적인 선전이 ‘공수표’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금융회사들은 실질적인 고졸 채용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례까지 실적에 포함시켜 정부에 보고했다. 이를 시정해야 할 금융당국은 오히려 금융회사들의 부풀리기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은행연합회 등 금융 관련 5개 협회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고졸 인력을 해마다 약 3000명씩, 총 8718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새누리당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태 의원실과 공동으로 지난해 금융권이 채용한 고졸 사원 실태를 조사한 결과 59개 금융회사가 채용한 특성화고 출신의 신입사원은 730명에 그쳤다.

이들 금융회사는 지난해 2985명을 채용했다고 금융위원회에 보고했지만, 730명을 제외한 나머지 2255명은 대부분 2년 계약 기간이 끝난 비정규직 사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뽑은 직원들이었다. 원래 고졸자들이 근무하던 자리에서 일할 인원을 새로 뽑으면서 고졸 채용을 늘렸다고 생색만 낸 셈이다.

지난해 10월 정부와 5개 금융 관련 협회는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졸업(예정)자의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공표했다. 김 의원은 “당시 발표 내용을 보면 기존 경력직을 교체하는 등의 사례를 금융권이 당초 약속한 ‘고졸 채용 확대’ 실적에 포함시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라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여신금융업은 지난해 543명, 올해 428명을 채용했다고 보고했지만 고졸 신입사원은 작년에는 아예 없었고, 올해는 18명에 불과했다. 영업직과 지점 사무직 등을 뽑는 손해보험업계도 지난해 1087명을 뽑았다고 했지만 특성화고 출신 신입사원은 63명에 불과했다. 고졸 채용에 앞장섰던 은행권도 고졸 신입사원 채용은 공개한 규모 1058명 중 431명뿐이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인력을 선발할 때 은행들이 고객 응대같이 은행 업무에 관계되는 내용으로 면접하고 테스트하면 능력 있는 고졸자가 자연스레 많이 뽑힐 것”이라며 “정부의 압력으로 금융회사들이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인재를 뽑으려는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금융권#고졸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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