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곤 쇼크’… LG화학-SK이노 수혜?

  • 동아일보

곤 회장 “닛산차에 가격 싼 타사 제품 쓰겠다”

자동차업계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그룹 회장의 발언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닛산의 새로운 친환경차(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등)에 들어갈 리튬이온전지를 계열사 제품 대신 납품가격이 낮은 일본 히타치 것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닛산은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전지를 NEC와의 합작회사인 오토모티브에너지에서만 공급받았다.

신장환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비싼 가격 때문”이라며 “곤 회장도 전기차 원가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리튬이온전지의 가격을 줄이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업계가 곤 회장의 이번 결정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 것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곤 쇼크’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곤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철강사 5곳에 일정 비율씩 구매하던 관행을 깨고 가장 싼 가격을 부른 신일본제철에만 발주물량을 몰아줬다. 경쟁관계에 있던 도요타 등도 이런 공급방식을 모방하면서 일본 제철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김록호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배터리의 안전성에 따라 특정 업체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자동차회사가 가격을 기준으로 공급처를 선택하겠다는 것은 2차전지도 품질보다 가격이 우선시되는 ‘치킨게임’식의 경쟁구도로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기아자동차와 GM 등에 2차전지를 공급하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은 아직까지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제품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 곤 회장의 이번 선언에 따른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신 책임연구원은 “배터리 공급 가격을 낮춰 전기차가 약간 싸진다고 해도 충전효율이 낮고 충전시간이 길다면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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