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하락장이 기회… 지금은 자사주 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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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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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늘려 경영권 안정 꾀하고 시장에 신뢰줘 주가상승 효과도
효성 두산그룹 대신증권 등 활발… 일각 “지분 매입 과대해석은 경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와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등 잇따른 해외발(發) 악재로 국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매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가가 저평가됐을 때 지분을 늘려 경영권 안정을 꾀하는 한편 주식 매입을 통해 주가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주식 취득이 가장 활발한 곳은 효성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은 5월에 자사주 3만200주를 사들인 데 이어 6월에도 9944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의 보유 주식은 총 254만2869주로 늘었고 지분도 7.24%로 높아졌다. 이에 앞서 조 회장의 부인인 송광자 경운박물관장도 5월 18일부터 22일까지 6만6707주를 매수했다.

효성가 4세들도 처음으로 효성 주식을 사들였다. 조현준 사장의 딸 인영(10), 인서 양(6)이 9880주씩을 매입했고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의 아들 재호 군(6)도 9880주를 장내 매수했다.
㈜두산도 마찬가지다.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의 아들인 상수 군(18)과 딸 상민 씨(22)가 주가 하락 시점을 이용해 두산 주식을 500주씩 사들였다. 이에 따라 상수 군과 상민 씨의 보유 주식은 각각 1만7231주, 1만4382주로 늘어났고 두산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종전 37.52%에서 43.91%로 높아졌다. 대한제분 이종각 회장의 차남 이재영 전무도 5일 자사주 2910주를 장내 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너 경영을 펼치고 있는 대신증권의 자사주 매입이 두드러졌다. 올 들어 이어룡 회장이 보통주 7만2982주를 매입했고 이 회장의 딸인 양정연 씨(34)도 11만2410주를 사들였다. 특히 이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락한 최근 두 달간 지분을 집중 매수했는데 이 회장은 4, 5월 15차례에 걸쳐 3만 주를, 양 씨는 같은 기간에 8만 주가량을 각각 사들였다.

이 같은 오너 일가의 지분 늘리기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사주 매입이 ‘경영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제분 주가는 자사주 매입 소식이 처음 알려진 5일 4.39%, 두산도 자사주 매입 재료가 시장에 흘러나온 5일 1.25% 각각 상승했다. 경영권 안정을 꾀하면서 자녀에게 지분을 싸게 넘기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안정을 위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자녀에게 지분을 물려주려는 오너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떨어진 시점이 지분 매입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최창호 연구원은 “투자자들에게 해당 기업을 가장 잘 아는 오너 일가가 주식을 샀다는 것은 나쁜 신호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지금은 유럽 재정위기 등 해외 리스크로 시장 상황이 매우 안 좋기 때문에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을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증권가#효성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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