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가게가 즐비했던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복거리에는 현재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뚜레쥬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서 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요즘도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와 공인중개사가 매일 가게를 넘기라고 찾아옵니다.”
1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만난 김교양 씨(72)는 한숨부터 길게 내쉬었다. 그는 관철동에서 30년째 한복집 ‘종각주단’을 운영하고 있는 관철동 토박이다. 김 씨는 “예전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한복집과 식당, 귀금속집이 관철동 점포의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프랜차이즈가 아닌 점포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나도 언제까지 이 골목에서 한복집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때 한복집만 26곳에 달해 한복거리로 불렸던 관철동 골목에는 현재 종각주단과 홍실주단 두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백합주단 한국주단 고려주단 등 관철동을 대표하던 한복집 터엔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업체가 자리를 잡았다.
김 씨는 “200년 가까이 한복거리로 이름을 날린 관철동이 순식간에 프랜차이즈업체에 자리를 내주는 것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주요 상권(商圈)이 프랜차이즈에 점령당하고 있다. 관철동뿐 아니라 신림역 노원역 천호동 홍대입구 등 서울 주요 상권에서 프랜차이즈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일 부동산정보업체인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관철동 1층 상가의 프랜차이즈업체 비중은 98.6%로 2005년(90.0%)보다 8.6%포인트 늘어났다. 신림역과 노원역 상권도 80% 이상의 점포가 프랜차이즈로 채워졌다.
옷가게 등 개인점포 비중이 높았던 서울 홍대입구 상권도 프랜차이즈의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 2005년 43.6%에 머물렀던 홍대입구 프랜차이즈 비중은 올해 58.9%로 크게 늘어 개인점포 수를 앞질렀다. 개인이 운영하는 의류매장의 경우 최근 7년간 다섯 곳이 문을 닫은 반면 ‘유니클로’ 등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점포는 13곳이 새로 생겼다. 화장품 프랜차이즈도 증가하는 추세다. 상권마다 에뛰드하우스 등 프랜차이즈 화장품 판매점 4∼7곳씩 새로 문을 열었다.
자금력을 앞세운 프랜차이즈업체가 주요 상권에 빠르게 진입하며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 관철동 상가(50∼65m² 매장 기준)는 2005년까지만 해도 월 500만∼1100만 원 수준이던 임대료가 올해 730만∼205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홍대입구역 상권도 같은 기간 190만∼500만 원에서 300만∼850만 원으로 급상승했다. 신림역 노원역 천호역 상권도 같은 기간에 임대료가 100만 원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상권 분석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의 범람이 전체 상권의 임대료를 끌어올려 예비 창업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자금력이 풍부한 프랜차이즈가 주요 상권을 장악하면서 주변 매장의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이는 개인점포의 상권 퇴출을 가속화하고 예비 창업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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