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회장 “우리금융 인수여력 없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외국인도 입찰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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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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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각 놓고 의미심장한 발언 왜?

“우리금융지주 매각에 외국인도 입찰 가능하다.”(김석동 금융위원장)

“우리금융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김석동 금융위원장. 동아일보DB
김석동 금융위원장. 동아일보DB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밀어붙이고 있는 김 위원장과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KB금융의 어 회장이 25일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우리금융 매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누가 사들일지 오리무중이고, 매각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해) 국내법상 외국인도 국내 투자자들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금융 매각은 국제입찰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에서는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한 원칙을 재확인한 발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같은 행사에 참석한 어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시장에서는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의 매각 흥행을 위해 계산된 발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에서 내외국인 동등원칙을 얘기했지만 국민정서상 외국인이 입찰 주체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우리금융 매각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진행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조속한 매각을 위해 인수 대상을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외국인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우리금융에 관심을 표하는 곳이 많다”고 했지만, 금융계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KB금융마저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금융회사 중에는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로 꼽히는 신한금융지주 역시 LG카드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상환우선주 및 전환상환우선주 3조7500억 원 중 2조5000억 원을 계열사 배당금과 내부 유보금 등으로 털어내 자금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매각 작업이 지난해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예비입찰에서 입찰사가 단 1곳에 그쳐 유효경쟁 요건을 채우지 못해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한 시중은행장은 “금융지주회사법상 국내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하려면 지분 95%를 사야 하기 때문에 10조 원 이상 필요한데 그런 여력이 있는 금융지주가 없다”며 “금융지주가 없다면 인수할 곳이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우리금융#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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