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농민-입점상인-알바생 ‘새우등’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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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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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月2회 일요일 강제휴무 본격 시행… ‘빅3’ 365개 점포 중 114개 22일 문닫아

18일 오후 경남 의령군 화정면 상일리 부추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농민 왕상훈 씨(오른쪽)가 대형마트 강제휴무 실시로 본 피해에 대해 작목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의령=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18일 오후 경남 의령군 화정면 상일리 부추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농민 왕상훈 씨(오른쪽)가 대형마트 강제휴무 실시로 본 피해에 대해 작목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의령=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한 대형마트 강제휴무제가 애꿎은 농민과 중소상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대형마트에 농산물을 납품해온 농민들은 “전통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강제휴무제로 대형마트뿐 아니라 우리 농민들도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입을 모았다.

대형마트에 손님을 뺏겨 고전해온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반기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대기업슈퍼마켓(SSM)은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제휴무가 실시되고 있다. 이보다 덩치가 큰 대형마트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 강제휴무에 들어가 대형마트 ‘빅3’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점포 365곳 중 31.2%(114곳)가 22일 하루 동안 문을 닫는다.

○ “마트 문 닫으면 손해보고 팔아야”


우리나라 주요 채소 산지 중 한 곳인 경남 의령군의 농가들은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앞두고 손실이 어느 정도 될지 따져보며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의령군과 농협, 지역 농민들이 출자해 만든 농산물 유통회사 ‘의령군 토요애’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연간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과일과 채소는 100억 원가량. 의령군 토요애 관계자는 “주말에는 주문량이 평일의 2배에 이르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월 2회 문을 닫으면 10억∼15억 원가량 납품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라도 수확이 늦으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신선 채소류를 키우는 농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부추 농사를 짓는 왕상훈 씨(44)는 “주말에 마트가 문을 닫으면 부추를 시장에 내다팔아야 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왕 씨는 대형마트와 급식업체에 납품을 하면서 부추 특품 기준으로 500g에 1000∼1500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날 같은 부추를 서울이나 대전의 시장 경매에 내놓으면 기껏해야 원가에도 못 미치는 700원 정도밖에 못 받는다. 왕 씨가 부추를 팔아 대형마트 등으로부터 받는 돈은 연간 4억 원가량 된다. 기존에는 시설투자비, 농약·비료 값 등 원가를 제하고 본인 인건비를 포함해 500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을 수중에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시작되면 전체 물량의 10%가량을 밑지고 팔아야 하는데 이로 인해 생기는 손실은 고스란히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일부 쇼핑몰 상인도 한숨


대형마트 강제휴무 실시로 한숨짓는 것은 농민들뿐만이 아니다. 서울 중구 황학동 베네치아 쇼핑몰 입주 상인들은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이마트 청계천점이 강제휴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구의회에 제출했다. 집객 효과가 큰 이마트가 문을 닫으면 이곳 손님들에게 기대 영업을 하는 같은 쇼핑몰 입주 상인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부 사원들이 쉬는 주말에 대형마트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과 학비를 충당해온 대학생들도 이번 대형마트 강제휴무의 유탄을 맞았다. 이마트 가양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온 박진희 씨(23·여)는 “매 주말 일을 하면 30여만 원을 벌었는데 휴무가 실시되면 한 달에 8만 원 이상 수입이 줄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상권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1동 수유재래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김태호 씨(32)는 “일요일은 원래 전통시장 손님이 적은 날이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손님이 늘어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령=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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