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16개월 된 IT벤처 1조원에 인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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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유 ‘인스타그램’… 유튜브 이어 두번째 규모
“한국 벤처도 해외 M&A 사례 나와야 창업 활성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9일(현지 시간) 서비스를 시작한 지 16개월밖에 안 된 벤처기업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모바일 기기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벤처 업계 최고 수준의 금액을 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벤처기업 인수 사례 가운데에선 2006년 구글이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16억5000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인스타그램은 친구들과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주로 문자에 기반을 둔 SNS로 PC 사용자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인스타그램은 처음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 사용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인스타그램은 메시지를 전달할 때 직관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는 모바일 트렌드와 맞닿으면서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기업이나 제품의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2010년 1월 이미지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핀터레스트가 최근 미국 내 월간 온라인 방문 건수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이어 3위에 오른 것도 모바일 기기를 통한 사진 공유 서비스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번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를 모바일 기기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과 이미지로 수렴되는 경향에 맞춰 10억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수년 동안 우리는 친구나 가족들의 사진을 공유하는 것과 관련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이런 목적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의 서비스를 흡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국내 벤처업계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중에서도 해외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에 인수합병(M&A)되는 사례가 많이 나와야 창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인터넷 검색 기술 업체인 첫눈, SNS 업체 미투데이, 온라인 여행정보 업체 윙버스 등을 인수해 서비스 강화의 기회로 삼았다. KT도 최근 동영상 검색업체인 엔써즈를 45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 벤처기업을 M&A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고벤처포럼의 고영하 회장은 “최근 등장한 벤처기업들은 아이템이 참신하고 경쟁력도 갖췄지만 언어의 한계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부터 영어권을 공략하는 등의 전략을 취한다면 국내 기업 중에서도 제2, 제3의 인스타그램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스타그램(Instagram) ::

스마트폰을 통해 지인들과 사진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 세계 약 3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구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케빈 시스트롬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 마이크 크리거가 2010년 10월 공동 설립했다. 시스트롬과 크리거를 포함한 직원은 총 13명이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페이스북#인스타그램#SNS#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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