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 예비부부들, 부모님 모피-안마의자 왜 샀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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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백화점, 혼수용품 구매 실적 분석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늘면서 시어머니 또는 장모에게 잘 보이려고 고가의 모피 상품을 ‘혼수’로 장만하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신랑 신부가 선호하는 혼수품 롤렉스 ‘데이트 저스트’ 모델(왼쪽 위)과 샤넬 ‘빈티지 2.55백’(왼쪽 아래). 현대백화점 제공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늘면서 시어머니 또는 장모에게 잘 보이려고 고가의 모피 상품을 ‘혼수’로 장만하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신랑 신부가 선호하는 혼수품 롤렉스 ‘데이트 저스트’ 모델(왼쪽 위)과 샤넬 ‘빈티지 2.55백’(왼쪽 아래). 현대백화점 제공


부모에게 얹혀살기 위해 값비싼 효도상품을?

최근 혼수시장을 찾는 예비부부들의 필수구매 목록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캥거루족’이 늘어나면서 ‘아부용’ 고가 효도상품에 대한 구매가 많아지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캥거루가 주머니 안에 새끼를 담고 다니는 데서 유래한 말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서 생활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현대백화점은 예비부부만 가입할 수 있는 ‘클럽웨딩’ 회원들의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의 구매실적과 상담내용을 분석한 결과 모피와 명품 시계, 핸드백이 혼수용품으로 많은 인기를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모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매출이 증가해 모피 담당 바이어마저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상 고온과 경기 침체로 모피가 거의 팔리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객 상담 결과 전세금 폭등, 생활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캥거루족이 늘었다”면서 “이들이 시어머니나 장모께 잘 보이려고 비싼 모피를 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형적인 효도상품으로 분류되는 안마의자나 돌침대 등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5% 이상 늘었다.

한편 신랑은 가전제품, 신부는 보석 세트를 원했던 ‘전통적’ 혼수 스타일은 ‘남시여백’으로 굳어지는 추세라고 백화점 측은 분석했다. 남자는 명품 시계, 여자는 명품 핸드백을 원한다는 뜻. 이 백화점 클럽웨딩 회원들의 명품 시계 매출 신장률은 53%, 명품 잡화류는 20% 이상 늘어났다. 이는 카테고리별 평균 매출 신장률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또 남녀 모두 유행을 타는 상품보다 클래식한 모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일도 살리고, 재산가치도 올리겠다는 취지다. 특히 남성은 롤렉스 ‘데이트 저스트’ 모델, 여성은 샤넬 ‘빈티지 2.55백’과 ‘모노그램 스피디백’을 혼수로 선호하고 있다.

가사 경험이 적은 신혼부부를 겨냥한 새로운 기능의 소형 가전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신혼부부 필수 혼수품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에스프레소 머신은 매출이 전년 대비 27% 늘었다. 에어프라이어(기름 없이 튀기는 주방기기) 등 소형 가전제품은 평균 20% 매출이 늘어 일반 가전제품 매출 신장률의 두 배를 기록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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