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4대천왕도 ‘레임덕’ 조짐… MB정권과 함께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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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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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정권교체와 함께 임기 못 채울 수도” 전망

김승유 하나금융, 어윤대 KB금융, 이팔성 우리금융,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위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관측이 금융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을 바탕으로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금융계 ‘4대 천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평판을 들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와의 협상 타결을 끝으로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나머지 3명의 회장도 사업전략이 뜻한 대로 풀리지 않는 등 일이 꼬이고 있다.

○ 어윤대-강만수, 내부 반발로 진통


은행권 최초로 직접 사외이사를 뽑겠다고 공언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최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해 어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에 반대하지 말라”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 어 회장의 자택은 물론이고 부인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대학까지 찾아갔다. 어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아내 직장까지 찾아오는 노조도 있나. 왜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놔두느냐”며 민병덕 국민은행장 및 임원들을 질책했다.

강 회장은 계열사 사장 문제로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2010년 3월 KDB생명 사장이 된 최익종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두고 사표를 던졌다. 최 전 사장은 적자에 시달리던 KDB생명을 2011 회계연도 상반기(4∼9월·3월 결산법인) 흑자로 돌려놓았지만 강 회장이 영입한 김영석 전 KDB생명 고문 등과의 불화로 자진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직서를 강 회장에게 직접 내지 않고 이사회를 통해 제출하는 바람에 의전을 중시하는 강 회장의 분노를 샀다는 후문이다.

○ 현안도 ‘뜻대로 안 풀려’


어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보험, 증권 등 비(非)은행 인수합병(M&A)에 눈독을 들였지만 현재까지 성사된 것은 한 건도 없다. 특히 ING생명 등 관심 대상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그의 협상스타일을 놓고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소문난 연애치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못 봤다”며 “M&A는 연애처럼 ‘밀고 당기기’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그의 전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회장은 우리카드 분사(分社), 광주 및 경남은행의 증자 추진 등 굵직한 사업전략이 금융당국의 반대로 잇따라 좌초할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부터 줄곧 추진했던 카드 분사는 과당경쟁을 우려한 금융위원회의 반대가 워낙 심하고, 광주 및 경남은행 증자는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내켜하지 않는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3명의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올해 말 현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 회장의 임기는 2013년 7월로 정권교체 후 가장 먼저 끝난다. 강 회장과 이 회장의 임기는 2014년 3월인데, 역대 산은금융 회장 및 총재의 평균 임기가 2년 미만이고 이 회장은 이미 연임 중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내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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