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스타벅스 누른 ‘K-푸드’ 세계를 먹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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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외식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을 제친 ‘1등 코리아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가요 등 문화 콘텐츠가 세계 곳곳에서 일으키는 한류 붐이 이 외식업체들의 해외 진출에 ‘순풍’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식 브랜드가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거나 한류 스타가 이들 브랜드를 소비하는 장면이 노출되면 해외 소비자들의 궁금증과 호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외식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소비자 ‘입맛’이 까다롭다는 한국 시장에서 굴지의 외국 기업들을 제친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점포 수 기준으로 피자헛을 제친 미스터피자와, 스타벅스를 제친 카페베네의 최고경영자(CEO)를 각각 만나 해외 시장 진출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
○ 피자헛 제친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 “中으로”

국내 피자업계 1위 업체인 미스터피자가 중국 시장 공략을 대폭 강화한다.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은 “한국 1등이 세계 1등인 시대가 왔다”며 “2015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내 피자업계 1위 업체인 미스터피자가 중국 시장 공략을 대폭 강화한다.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은 “한국 1등이 세계 1등인 시대가 왔다”며 “2015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15년까지 중국 전역에 1000개 이상의 매장을 내겠습니다. 우리에게는 12년간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에서 직영점 23곳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가 있습니다.”

매장 수 기준 국내 피자업계 1위 업체인 미스터피자가 중국 시장 공략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미스터피자 본사에서 만난 정우현 회장(64)은 “케이팝(K-pop)이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의 1등이 곧 세계 1등인 시대가 왔다”며 “지금이 해외 시장 확대의 최적기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에 와있는 중국인 유학생 1000명을 뽑아 ‘제갈공명’으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제품의 정체성은 국내와 똑같이 유지하되 매장 관리와 가맹점 모집 등은 이 유학생들에게 맡겨 현지 실정에 맞는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8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 유학생 사이에 미스터피자의 채용이 화제가 되면, 이들이 모국에 미스터피자의 중국 진출 본격화 소식을 전하는 ‘구전 마케팅 요원’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

미스터피자가 중국 진출을 서두르는 데에는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 미스터피자의 중국 매장은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으로 현지 음식 평가 인터넷 사이트인 ‘다중뎬핑(大衆点評)’이 선정한 ‘맛집 베스트 50’에 뽑혔다.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를 글로벌 시장에서 1등 종합외식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미스터피자는 2000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250만 달러를 투자해 현지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점포 수를 차근차근 늘려가는 보수적 전략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스터피자 브랜드로 해외 외식업체들과 ‘정면대결’을 벌인 뒤, 이를 통해 쌓은 평판으로 홍콩 증시에 회사를 직상장해 글로벌 외식업체로 발돋움할 밑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 회장의 구상이다.

동대문시장에서 섬유 도매업을 하던 정 회장이 1990년 이화여대 앞에 미스터피자 1호점을 열면서 “대한민국 1등 브랜드가 되겠다”고 개점 인사를 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지나치게’ 웅대한 포부에 실소를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18년 만인 2008년 미스터피자는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들을 제치고 국내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미스터피자의 사훈(社訓)은 ‘신발을 정리하자’이다. 정 회장은 “피자를 배달하러 간 고객 집 현관에서 흐트러진 신발이 보이면 자연스레 몸을 낮춰 정리를 할 정도로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평소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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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 앞선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 “美로”

“중소기업이라 항상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갖고 있어요. 맨해튼에 진출한 것이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창업 때부터 글로벌 브랜드로 커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번 결정이 거기에 이를 가장 빠른 길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커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스타벅스가 버티고 있는 미국, 그것도 심장부인 뉴욕 맨해튼에 진출한 카페베네 김선권 대표(45)는 17일 현지에서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2008년 창업해 한국에서 760개 매장을 열면서 고속 성장을 해온 카페베네는 지난달 타임스스퀘어 인근 번화가인 브로드웨이 49번가에 200평 규모의 미국 매장 1호점을 개장했다.

김 대표는 “맨해튼은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이들이 각국에 돌아가 퍼뜨릴 입소문은 가히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리고 커피 맛이 까다로운 뉴요커를 잡는다면 세계 시장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이미 중국 베이징에서 3개 매장 공사에 들어갔고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7개국에서 합작 계약을 맺었다. 합작 파트너들은 맨해튼에 진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신뢰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합작 계약서에는 로열티 지급 조항이 들어있어 올해 약 1000만 달러(약 113억 원)의 로열티 부수입까지 챙길 예정이다.

맨해튼 1호점은 공사비만 30억여 원으로 한국의 두 배 이상 들어가는 대형 투자여서 걱정이 컸지만 하루 2000∼2500명이 찾으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려면 하루 매출이 20% 더 늘어야 한다. 그러나 당초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았던 BEP 도달 시기는 당겨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1호점을 보고 현지 투자자가 제안을 해와 맨해튼 2호점 공사에 들어갔다. 그는 “2호점까지만 성공하면 미국인들의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그러면 2015년까지 맨해튼에 50개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이 전혀 실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뉴에는 한국 고유의 맛과 이름을 담으려는 실험을 벌이고 있다. 미숫가루 맛을 살린 커피인 ‘미숫가루(misugaru)라테’가 대표적이다. 또 점심을 전후해 가장 붐비는 것에 착안해 브런치 메뉴 개발에도 신경을 쏟고 있는데 고추장으로 양념을 한 ‘쌈(ssam)’, 치킨 불고기 김치가 들어간 ‘김치 바게트’ 등 한국적인 맛을 살린 메뉴로 뉴요커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카페베네는 지분 10%에 대해 골드만삭스 등 3개사와 투자 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9월 증시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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