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리포트]삼성자산운용 vs 미래에셋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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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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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정상 탈환”-“4년 패권 되찾겠다”… 자산운용 ‘고지전’ 뺏고 빼앗기고

미래에셋은 ‘인디펜던스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한국 펀드시장의 대표 상품을 쏟아내 온 자산운용업계의 강자. 그러나 올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로 불어닥친 증시의 변동성은 미래에셋의 지위를 흔들었다. 이를 파고든 것은 상장지수펀드(EFT)를 내세워 미래에셋에 빼앗긴 1위 복귀를 노려온 삼성자산운용이었다. 오랫동안 왕좌를 지켜온 미래에셋을 밀어내고 7월 삼성자산운용이 1위를 차지한 뒤 내내 삼성과 미래에셋은 엎치락뒤치락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 7월 삼성이 미래를 제친 뒤 엎치락뒤치락

미래에셋이 4년 넘게 지켜온 ‘자산운용업계 1위’ 자리를 삼성자산운용에 내준 것은 7월이다. 펀드·MMF·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상품을 합친 순자산(설정액에 운용수익을 합친 것) 규모에서 2007년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왔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삼성자산운용에 역전을 허용한 것. 7월 말 기준 삼성의 순자산은 34조228억 원, 미래에셋은 32조9844억 원을 나타냈다. 그 후 치열한 1위 다툼이 지속됐지만 12월 8일 현재 순자산 규모 기준 1위는 삼성이다. 미래에셋은 28조2263억 원, 삼성은 그보다 5조 원가량 더 많은 33조7206억 원이다. 펀드 설정액 기준으로도 삼성이 33조9074억 원으로 32조8694억 원의 미래에셋을 앞서고 있다.

미래에셋은 오랫동안 경쟁사가 넘보기 힘든 자산운용업계의 절대 강자였다. 2005년 당시 신생 회사였던 미래에셋은 적립식펀드 바람을 주도하며 빠르게 경쟁 업체들을 추월해 2007년 5월 삼성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 ‘박현주 열풍’을 발판 삼아 2위와 격차를 더욱 벌리며 2008년 4월에는 미래에셋과 삼성의 설정액 격차가 30조 원을 넘기도 했다. 2009년 삼성이 기관의 단기 자금을 유치해 잠시 미래에셋을 추월한 것을 빼면 미래에셋이 사실상 4년 이상 업계 1위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미래에셋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주식형펀드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은 주식시장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래에셋의 총설정액 가운데 펀드의 비중은 96%로 압도적이지만 삼성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머니마켓펀드(MMF), 파생상품, 재간접투자 펀드(펀드 오브 펀드) 등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 시장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 삼성보다 미래에셋에 더 큰 충격을 줬다. 올 8월 이후 주식시장이 급락한 것도 미래에셋의 설정액과 순자산을 감소시킨 요인이었다.

○ 내년에도 1위 경쟁 치열

그렇다면 이대로 순위가 굳어질까. 변수는 남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합병하기로 계획되어 있기 때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흡수하면 펀드 설정액이 현재 33조 원에서 42조 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순자산도 28조여 원에서 약 35조 원으로 뛴다.

아직은 삼성이 유리해 보인다. 금융투자협회가 연말부터 자산운용사 순위 집계 기준에 일임자산을 추가했기 때문. 지금까지는 펀드 평가금액만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지만 앞으로는 연기금·계열사·기관이 투자를 일임한 자금(총 220조 원)까지 포함해서 순위를 매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를 계열사로 가진 운용사들의 순위가 크게 오르게 된다. 특히 삼성에는 삼성생명이 맡긴 자산 70조 원이 추가되므로 다른 운용사들에 비해 유리한 상황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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