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 매출 사상최고 18조… ‘불황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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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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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 속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복권과 카지노 등이 호황을 누리면서 정부가 공인한 사행산업의 올해 매출액이 18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11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불법도박을 더하면 전체 사행산업 규모는 76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11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 따르면 복권과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체육진흥투표권 등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국내 6대 사행산업의 올해 ‘매출총량’ 전망치는 17조8164억 원에 이른다.

2000년 6조2761억 원이었던 6대 사행산업의 매출액은 2004, 2005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에는 17조3270억 원에 이르렀다. 11년 만에 2.8배로 늘어난 셈이다. 산업별로는 경마가 지난해 7조5765억 원의 매출을 올려 가장 많았고 이어 복권이 2조5255억 원, 경륜이 2조4421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올해 정부 공인 사행산업의 실제 매출액은 사감위의 매출총량 전망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매출총량’은 사감위가 매년 초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는 사실상 사행산업 매출액 한도로 2009년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실제 매출액이 매출총량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 들어 경기둔화 조짐 속에 사행산업 매출이 크게 늘면서 복권과 카지노 등 일부 산업은 이미 매출총량 전망치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카지노 사업을 하고 있는 강원랜드 역시 올해 1∼2분기 매출액이 매출총량을 250억 원 초과했다. 복권 매출액 역시 11월까지 2조7948억 원으로 12월까지 매출은 3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당초 사감위가 세운 올해 복권 매출총량 2조8046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사감위는 최근 복권 판매를 관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매출총량을 넘긴 로또복권의 판매 중단을 권고했지만 재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매출총량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사감위의 매출총량을 넘어서면 복권위원회는 도박중독을 예방·치유하는 데 쓰는 분담금을 더 내거나 내년도 복권발행총량 목표에서 초과분 일부를 깎이는 불이익을 받는다.

이처럼 사행산업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의 정부 공인 사행산업 규모가 주요국들보다 매우 큰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행산업 순매출 규모는 0.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보다 사행산업 순매출 비중이 큰 곳은 그리스(0.90%) 이탈리아(0.71%) 캐나다(0.81%) 등 세 나라에 불과했다. 일본(0.38%) 스위스(0.33%) 독일(0.20%) 프랑스(0.44%) 등 주요 선진국의 비중은 한국보다 훨씬 낮다.

정부의 감시 아래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사행산업 외에 각종 불법도박을 합치면 한국의 사행산업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2008년 사감위에 제출한 불법도박 실태 보고서를 보면 국내 전체 불법도박산업의 경제적 규모는 53조730억 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실질 GDP 성장률을 반영하면 올해 불법도박 규모는 58조5200억 원으로 공인 사행산업과 불법도박을 합친 매출액은 76조3300억 원에 달해 GDP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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