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문화센터 “397세대 모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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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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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백화점 여성복 매장은 디자이너 이름을 건 ‘마담 부티크’ 브랜드들이 주름 잡았다. 당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40대 이상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노래교실이 전성기였다.

2010년대에 들어서자 ‘르샵’ ‘플라스틱 아일랜드’ 등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들이뜨기 시작했다. 이들은 백화점 여성복 매장을 지키고 있던 마담 부티크 브랜드들을 밀어냈다. 이에 발맞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는 30대 여성을 겨냥한 강좌가 눈에 띄게 늘었다.

1980년대에 처음 등장한 백화점 문화센터는 1990년대 들어 백화점의 사회공헌 활동 및 기업이미지 향상을 위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백화점들의 마케팅 도구로 쓰이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이끄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백화점 문화센터가 어떤 강좌를 개설했는지 보면 백화점을 찾는 소비층과 시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 문화센터, 시대를 반영한 거울


백화점 문화센터의 최근 키워드는 ‘30대’다. 30대가 소비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실제로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은 30대 주부를 겨냥해 48개월 미만의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미술 및 음악 강좌를 늘리고 있다. 또 30대 여성을 위한‘뷰티’ 강좌와 30대 싱글 남성 대상의 ‘쿠킹’ 클래스도 앞다퉈 마련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문화센터 접수 첫날 마감되는 강좌가 노래교실이었는데 최근에는 아이와 함께 오는 30대가 늘면서 ‘엄마와 함께하는 골드키즈 아카데미’가 가장 인기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엄마랑 아이랑’ 등 아이를가진 30대 초·중반 여성을 위한 강좌를 늘리고 있다.

이런 모습은 주로 40대 이상을 대상으로한 강좌가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라진 풍경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붐이 일었던 ‘부업’, ‘불황 탈출’ 강좌나 고령화 시대를 맞아 불었던 2000년대 초반의 ‘실버’ 관련 강좌를 비롯해 인문학 열풍을 등에 업은 2000년대 후반의 문화강좌 등 그동안 각종 프로그램은 대부분 40대 이상을 위한 강좌였다.

● ‘397세대’를 잡아라

최근 문화센터 강좌가 30대에 맞춰지고있는 이유는 이른바 ‘397세대’(30대, 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가 백화점의 최대 소비층으로 뜨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을 전후해 주요 백화점 3사의 30대 매출 비중은 40대를 따라잡았고 지난해에는 3개 백화점 모두 30대 매출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여기에 문화센터를 찾는 소비자들은 다른 소비자보다 백화점 방문 횟수와 지출액도 많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일반 소비자보다 돈을 50%가량 더 많이 쓰고 연간 백화점방문 횟수도 두 배 정도 많다. 문화센터를 활용하면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397세대는 백화점 매장 구성과 브랜드 매출도 바꾸고 있다. 백화점들은 캐주얼 브랜드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30대들이 선호하는 고급 식품관을 갖추고, 자녀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중시하는 이들 성향에 맞춰 명품 아동복 브랜드도 늘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본점 기준으로 전체 아동복에서 수입 아동복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27%였는데 올해 47%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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