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의 길]“함께 멀리 가자” 대기업, 동반성장 전도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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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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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총수 직접 나서 ‘상생의 길’ 모색
대기업들, 중소협력사와 협약체결 맺고 적극 지원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품목을 발표하는 등 협력사와의 공생(共生)발전이 산업계의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도 7일 전국경제인연합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해 “공생발전은 법과 제도로서 강압적으로 하려면 성과를 낼 수 없다. 기업의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이것은 시대적 조류다”라고 강조했다.

기업들도 적극적이다. 협력사를 착취하는 것은 단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길게 보면 지속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주요 기업 총수들은 직접 나서 그룹의 동반성장 정책을 직접 챙기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협력사뿐만 아니라 고객들과 공생발전 차원에서 사회공헌에도 애쓰고 있다.

수익을 잘 내고 있는 계열사라도 중소기업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는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그룹은 두 달 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빚어온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의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9개 계열사가 보유한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58.7%를 매각할 계획이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협력업체와 공생발전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우리나라 주요기업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방식의 사회공헌을 통해 고객과의 공생발전까지 꾀하고 있다. 포스코·LG그룹 제공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협력업체와 공생발전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우리나라 주요기업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방식의 사회공헌을 통해 고객과의 공생발전까지 꾀하고 있다. 포스코·LG그룹 제공

삼성이 2000년 12월에 세운 아이마켓코리아는 지난해 1조5492억 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비핵심사업을 정리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룹 총수가 동반성장 이슈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기기도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달 6일 각 계열사 임원진과 가진 세미나에서 “동반성장의 성공 여부는 우리가 얼마나 베풀었느냐가 아니다”라며 “협력사가 실제로 경쟁력을 키워 기업 생태계가 얼마나 튼튼해졌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협력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구 회장은 “실질적인 변화와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현장 곳곳을 다니며 직접 챙겨야 한다”며 경영진에 동반성장 현장경영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이날 경기 화성시에 있는 LG화학의 2차전지 협력사 디에이테크놀로지 공장을 직접 찾았다. 그의 협력사 방문은 올 4월 경남 김해시 LG전자 협력사인 이코리아산업에 이어 두 번째다. LG는 올해 동반성장 5대 과제로 △연구개발(R&D) 지원 △장비 및 부품 국산화 △사업 지원 △금융 지원 △협력사 소통강화를 정하고 추진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재계는 최근 동반성장위 활동에 발맞춰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 협약 체결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이 협약은 1년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행상황을 평가해 결과에 따라 직권조사를 면제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부 간의 삼각공조 프로그램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2007년 9월 동반성장 협약 도입 이후 많은 대·중소기업들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금껏 95개 대기업이 2조6412억 원의 금융 지원과 1조1607억 원의 납품단가 인상 등 총 4조2166억 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95개 대기업에 대한 이행평가를 실시한 결과 총 60개사(63.2%)가 ‘양호’ 등급 이상을 받았다.

특히 기업들은 자연스러운 동반성장 문화를 안착시키기 위해 임직원과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그룹은 2차 협력사와 동반성장 협약을 제대로 이행한 1차 협력사에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또 협력업체를 담당하는 부서장의 인사고과에 동반성장 실적을 반영한다.

고객 나아가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업들의 사회공헌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코는 일자리 창출에서 답을 찾고 있다. 포스코는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 채용규모를 6600명으로 늘리고, 고졸사원의 채용비중은 기존 42%에서 50%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는 매년 채용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사회공헌을 위한 사회적 기업을 세워 소외계층 지원에 나서기도 한다. 삼성그룹은 내년까지 7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다문화가정 지원, 공부방 교사 파견, 장애인 인력파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2월 공부방 지원사업을 위한 ‘희망 네트워크’에 이어 3월에는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글로벌 투게더 음성’을 만들었다.

포스코 역시 4개의 사회적 기업을 세워 사회공헌에 동참하고 있다. 포스위드와 포스에코하우징, 포스플레이트, 송도SE 등을 통해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상운 기자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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