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m컨베이어 위 호주 유연탄서 희망을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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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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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인터내셔널 ‘나라브리 탄광’ 가보니

대우인터내셔널이 5%의 지분을 갖고 유연탄을 캐내고 있는 호주 나라브리 탄광. 산처럼 쌓아둔 유연탄은 주문이 들어오면 4k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해 화차에 실린다. 이 탄광에서는 올해 30만 t의 유연탄이 채굴됐지만 2013년부터는 600만 t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인터내셔널 제공
대우인터내셔널이 5%의 지분을 갖고 유연탄을 캐내고 있는 호주 나라브리 탄광. 산처럼 쌓아둔 유연탄은 주문이 들어오면 4k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해 화차에 실린다. 이 탄광에서는 올해 30만 t의 유연탄이 채굴됐지만 2013년부터는 600만 t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인터내셔널 제공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에서 경비행기로 1시간, 또 차로 20분가량 끝없는 목초지 사이를 달리다 보면 가네다 탄전지대에 자리 잡은 ‘나라브리 탄광’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이 탄광은 118km²(3575만 평) 규모로 4억7500만 t의 유연탄이 묻혀 있다. 우리나라가 한 해 수입하는 유연탄의 양이 1억 t이니 4년간 쓸 수 있는 규모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년 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나라브리 유연탄광 지분 7.5%를 인수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분은 5%다. 주주로서 광구 소유주인 호주 화이트헤븐사의 수익 일부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27년 동안 전체 생산량의 25%를 판매할 권리도 갖는다.

28일 찾은 나라브리 탄광 입구에는 갓 캐낸 검은 유연탄 더미들이 세척 과정을 앞두고 있었다. 불순물을 씻어내고 세탄(洗炭) 상태가 된 유연탄은 주문이 들어오면 4km의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해 화차(貨車)에 실린다. 화차는 유연탄이 선적되는 뉴캐슬 항구까지 쉬지 않고 400km를 달린다.

일주일 전 대우인터내셔널은 이 화차로 석탄 7만5000t을 뉴캐슬 항구로 실어 보냈다. t당 약 120달러인 유연탄 시세를 따져보면 105억 원 규모다. 지금은 시험생산 중이라 규모는 크지 않지만 호주에서 생산한 유연탄을 처음 수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3년부터는 한 해에 600만 t의 유연탄을 캐낼 예정. 그중 150만 t은 대우인터내셔널이 판다.

광산 한쪽에는 탄광의 생산량을 크게 높여줄 ‘롱월’ 146대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지름 2m가 넘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설치된 롱월은 석탄을 캐내는 고급 장비다. 일반장비 4대가 모여서 일주일에 1만 t의 석탄을 캔다면 롱월은 14만 t 정도를 캐낸다.

첫 결실을 바라보는 정제봉 대우인터내셔널 시드니지사장(44)은 감회에 젖어 “내년 1월 롱월이 투입되면 뉴캐슬항까지 화차가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바쁘게 움직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시드니지사는 1968년 8월 설립된 대우실업의 ‘1호 해외지사’이자 ‘한국 기업 최초의 호주지사’였다. 철강제품은 물론이고 자동차부품, 화학제품 등 다양한 무역과 투자 업무의 일선에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 한계가 왔다. 개별 제조업체들이 각자 수출에 뛰어들면서 위상이 약해졌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정 지사장은 “호주가 니켈, 우라늄 등 8개 광물자원의 세계 1위 매장국인 만큼 호주의 광물자원과 대우인터내셔널의 무역기술을 합쳐 사업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금융위기 때도 대우인터내셔널은 공세적으로 광산투자에 나섰다. 나라브리 광구를 소유한 화이트헤븐사는 당시 석탄 수요가 많은 제철공장을 둔 국가들에 “워낙 수요가 없으니 대신 팔아 달라”며 협조를 구했다. 다들 몸을 움츠리던 시기였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은 기회라 생각했고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 결과 한 해 150만 t의 석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호주에서 ‘1석 3조’를 노리고 있다. 광물자원 개발에 참여해 수익을 내고, 장기 구매권까지 사들인 뒤 이를 다시 팔아 마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발전소나 생산설비가 필요한 현장에서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수익을 낼 계획이다. 이곳 시드니지사는 2020년까지 15개의 호주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라브리(호주)=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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