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못믿을 모델포트폴리오’… 무책임한 대형 증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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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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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통념과 크게 달랐다. 각 증권사들의 모델포트폴리오 수익률 얘기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30일 최근 2년간 주요 18개 증권사의 월간 모델포트폴리오 434개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증권사들의 모델포트폴리오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신빙성 있는 투자전략을 제시하는지뿐만 아니라 회사별 역량까지 한눈에 비교해 보자는 취지였다. NH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중소형사들이 좋은 수익률을 낸 반면 삼성 대우증권 등 대형사들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등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 보도 이후 증권사들의 반응은 그들이 낸 수익률만큼이나 뚜렷이 엇갈렸다. 성과가 좋은 곳에서는 투자자 서비스 차원에서 모델포트폴리오 완성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성적이 기대 이하였던 일부 대형사들은 부랴부랴 자체 수익률을 뽑아본 뒤 별로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변명에 급급했다. 코스피 상승률보다도 저조한 모델포트폴리오를 투자자들에게 제시해 놓고도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대형사들의 무신경은 취재 과정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수익률이 저조한 증권사 담당자들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느냐” “모델포트폴리오란 게 원래 시장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남의 일처럼 말했다. 시장 예측과 투자전략 제시가 쉽다면 전문가가 필요 없다. 시장을 읽고 원칙 있는 투자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것인데, 그들의 답변은 무책임했다.

박선희 경제부 기자
박선희 경제부 기자
한 대형사 담당자는 “어느 개인투자자들이 이걸 보고 투자하겠나” “이건 어디까지나 투자 아이디어 차원에서 내놓는 것이지 실제 수익률을 감안한다면 이런 식으로 모델포트폴리오를 내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 준비를 위해 금융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는 개인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분산투자에 나설 만큼 투자문화 역시 성숙해지고 있다. 모델포트폴리오는 증권사의 리서치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모델포트폴리오에 ‘진정성’이 없는 증권사를 믿고 거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형 투자은행으로의 도약에 앞서 기본으로 돌아가 투자자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다.

박선희 경제부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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