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네오세미테크 퇴출 1년… 여전한 ‘뻥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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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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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임숙 경제부 기자
하임숙 경제부 기자
“횡령, 분식 의혹이라니, 당신이 검찰이냐. 당장 소송을 걸겠다.”

지난해 3월 25일 기자는 태양광업체 네오세미테크 대표이사 오모 씨로부터 분노에 가득 찬 전화를 받았다. 전날 코스닥시장에서 이 회사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되면서 관련 기사를 쓴 데 대한 항의였다. 이후 이 회사의 다른 임원은 본사에까지 찾아와 욕설을 하며 난동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의아한 점이 너무 많았다. 회계법인이 10여 장에 걸쳐 상세히 지적한 ‘감사의견 거절 이유’는 회계 비전문가인 기자에게는 ‘암호’같은 문구였다. 이를 회계전문가에게 보여줘 해석해보니 횡령 및 분식 의혹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 회사는 한때 시가총액이 4000억 원을 넘어 코스닥시장 순위 26위까지 올랐고 지식경제부 장관 등이 줄줄이 방문해 차세대 녹색기업이라고 치켜세웠던 곳이다. 소액주주 7000여 명이 투자한 이 기업의 실체가 신기루일 수 있다는 의혹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팩트’에 근거한 기사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지난해 8월 이 회사는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고 오 씨는 횡령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공시가 나왔다. 투자자들은 퇴출 당시 “우수기업이라는 정부의 칭찬과 공시를 믿고 투자했는데 그게 다 거짓이라니 도대체 무얼 믿고 투자해야 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렇게 잊혀지는가 싶던 이 회사는 최근 관세청이 오 씨와 관련자 1명을 다시 검찰에 고발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오 씨는 홍콩에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이 회사에 불량 웨이퍼, 실리콘 등을 수출하는 수법으로 한 해 매출액의 70%를 허위로 조작했고 거액의 돈을 홍콩으로 빼돌리기까지 했다는 게 관세청의 조사 결과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공시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코스닥시장은 지난해 7월 공시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을 처음 시작했고 불공정공시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근 자원개발 관련 기업들이 가짜 공시를 내고 주가를 끌어올린 뒤 대주주가 주식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례가 나오는 등 기업들의 ‘부풀리기 공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시는 기업의 책무다. 작정하고 속이려고 한다면 수사권이 없는 한국거래소가 막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짜 공시를 내면 바로 증시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네오세미테크 사례를 막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상장기업 1800여 개 가운데 유령기업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렵다.

하임숙 경제부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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