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제2차 IT혁명 앞에 머뭇거리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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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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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산업부 기자
김현수 산업부 기자
올해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중심부 유니언스퀘어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지난해에도, 5년 전, 8년 전에 갔을 때도 늘 같은 자리에 있던 대형서점 ‘보더스’가 문을 닫은 것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주변으로 가니 간판만 달려 있고 내부는 텅빈 DVD 대여점 ‘블록버스터’가 눈에 띄었다. 인터넷서점과 전자책,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 기업들이 설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인터넷이 전통 기업을 위협한다는 이야기야 1990년대 말부터 나왔지만 최근 상황은 더 긴박한 듯하다. 예전에는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PC부터 찾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TV, 냉장고, 로봇청소기로도 인터넷과 만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즐기고, 읽고, 배우고, 일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낸 구글, 애플 같은 회사들이 주도권을 잡게 됐고 한국 정보기술(IT) 업계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최근의 혁명 같은 변화를 취재하면서 떠오른 단어는 ‘불안’이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회사도 단 한 번의 판단 착오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 미래가 불확실하니 대비하기도 어렵다는 것, 이게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당장 우리 자신의 직업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공포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퍼지고 있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마차 시대에서 자동차 시대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요즘 소프트웨어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럼 세계 1위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왜 위기일까 생각하다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로밖에 현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다”고도 했다.

파괴를 부르는 혁신은 우리 일상에 깊게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고객 콜센터같이 사람이 하던 일을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가 대신하게 될 수 있다.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대에 가고,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목표인 현재의 사회상도 바뀔 것이다. 파괴적 혁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인의 혁신’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가뜩이나 서점에서 잘 팔리는 ‘불안’ 관련 책들이 더욱더 인기를 끌 것 같다.

김현수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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