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6, 수입차 새로운 ‘다크호스’의 등장은…

독일을 대표하는 고급차 트로이카(벤츠, BMW, 아우디)가 정면승부를 벌인다면 누가 승자가 될까? 인천 송도 ‘뉴 A6 파빌리온’에서 8월 18일 이런 흥미로운 이벤트가 공개적으로 열렸다. 아우디코리아가 8월말 출시하는 뉴 A6을 홍보하기 위해 경쟁사 차량 수십 대와 비교 시승하는 행사를 개최한 것. 상대 차량은 동급의 중형 세단들. 벤츠는 E300 엘레강스, BMW는 528i가 출전했다. 발표되지 않았지만 뉴 A6의 판매가격은 6000만 원대 후반으로 추정돼 E300(6870만원), 528i(6790만원)와 비슷하다.

비교 시승 A6이 앞섰지만 불공평?
비교 시승은 탑승자가 세 차량을 바꿔가며 300m 트랙을 2바퀴씩 운전하는 방식이다. 트랙 곳곳엔 핸들링과 코너링, 브레이크, 서스펜션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설치했다. 탑승자들은 한국과 대만, 브루나이공화국에서 온 자동차전문기자 70여명. 이들은 하나같이 더 없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쟁사를 자극할 수 있는 이런 행사는 사실 좀처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3시간여 시승을 해보니 차량의 정비나 타이어 수준 및 마모상태 등 공정치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독일에서 직접 공수한 뉴 A6은 외국산 19인치 최고급 타이어에 완벽하게 정비를 마친 새 차였다. 반면 국내 렌트카 업체에서 빌려온 벤츠와 BMW에는 17인치 국산 일반 타이어가 끼워져 있었고 정비 상태도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A6이 유리한 대결이었다.

비교 시승이 끝난 뒤 벤츠의 묵직함이나 BMW의 민첩성을 높이 평가하는 기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뉴 A6의 손을 들어줬다. 그들은 아우디가 자랑하는 상시 4륜 구동 시스템 콰트로(quattro)에 높은 점수를 줬다. 콰트로는 도로 상황에 따라 4개의 바퀴에 각각 적절한 동력을 전달해 접지력과 구동력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급격한 핸들 조작이나 악천후에도 바퀴가 헛돌거나 미끄러지지 않고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운전이 가능하다.

3사는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판매대수를 놓고 보면 당장은 벤츠가 앞서고 있지만 BMW와 아우디가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국내에선 2010년 BMW가 1만6798대를 팔아 1만6115대의 벤츠를 앞질렀다. 아우디는 7920대를 팔았다.

항공기 조종석 같은 디자인에 다양한 편의장치
트랙에 이어 인천대교와 영종도를 돌아오는 왕복 80km의 도로에서 뉴 A6을 직접 운전했다. 3000cc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한 TFSI 모델과 3000cc 디젤 직분사 엔진의 TDI 모델을 교차 시승했다.

실내는 앞좌석을 품에 휘감는 듯한 콕핏(항공기 조종석) 디자인이 적용됐다. 8인치 대형 컬러 모니터는 대시보드에 감춰져 있다가 시동을 걸면 튀어나와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의 역할을 한다. 7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속도와 연비, 길안내, 블루투스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편의사양 중에 아우디 홀드 어시스트(Audi Hold Assist)가 눈에 띈다. 언덕 또는 평지에서 브레이크를 한 번 밟으면 다시 가속 페달을 밟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이밖에 최신형 ESP, 헤드 및 사이드 에어백, 전동식 선루프, 전·후방 주차 보조 기능, 컴포트 키 등을 탑재했다.

정숙성 인상적이지만 옵션 제외는 아쉬워
TDI 엔진의 내구성과 성능은 지옥의 레이스 ‘르망24시간’의 5회 우승으로 이미 검증을 받았다. 직접 타본 TDI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속력, 코너링, 핸들링 모두 합격점을 줄만했다. 다만 고속에서 빠르게 치고나가는 맛은 TFSI와 비교할 때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다.

TDI를 타면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숙성이다. 뉴 A6은 디젤 엔진의 골칫거리인 소음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한 듯 보였다. 급가감속과 시속 190km의 질주에도 실내는 조용했다. 잇달아 시승한 TFSI와 구분이 잘 안될 정도였다. TDI는 7단 S-트로닉 변속기를 탑재했고 최고 345마력의 힘을 낸다. 안전 최고속도는 250km/h이고,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는 6.1초가 걸린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옵션을 제외한 것. 앞 유리에 속도 등을 표시해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가 빠졌고 LED전조등도 없다. 패들시프트(핸들기어)가 제외됐고, FTSI에는 있는 보스 오디오가 빠졌다.

TFSI 가솔린 모델은 8단 팁트로닉 변속기를 탑재했고 310마력의 힘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는 5.8초가 걸리고 안전 최고속도는 210km/h이다.

7세대 A6의 가장 큰 특징은 경량화
A6은 1968년 ‘아우디 100’으로 처음 등장해 1994년 지금의 모델명으로 바뀌었다. 7년 만에 출시된 뉴 A6은 7세대다.

7세대는 이전과 비교해 전장은 12mm 줄어든 반면, 전폭은 19mm 늘고, 전고는 4mm 낮아졌다. 공기역학 디자인으로 바람의 저항을 나타내는 항력계수를 0.03 줄였다. 스포티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볼 때 이전보다 작아 보이는 외형은 단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 A6의 가장 큰 변화는 경량화에서 찾을 수 있다. 프런트 펜더와 엔진 후드, 트렁크, 도어 등 차체의 20%를 알루미늄으로 바꿨다. 덕분에 TDI의 경우 6세대보다 무게를 135kg(TFSI 80kg 감량)가량 줄일 수 있었다. 이는 연비개선으로 이어졌다. TDI의 연비는 이전 모델보다 22% 향상된 13.5km/ℓ이고, TFSI는 16% 향상된 9.5km/ℓ를 실현했다.

장거리, 비포장 등 상황에 따른 모드 선택
눈여겨볼 만한 또 하나의 기능은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주행시스템.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컴포트(Comfort), 자동(Auto), 다이내믹(Dynamic), 개인맞춤형(Individual) 등 4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엔진, 변속기, 스티어링 휠 등이 모드에 따라 다르게 설정돼 장거리, 비포장 등에서 최적화 운행이 가능하다. TDI 모델은 여기에 이피션스(Efficiency) 모드를 추가했다.

아우디코리아 트레버 힐 사장은 “이전 모델은 연간 300대를 팔았는데 뉴 A6은 600이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