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小·農]쑥쑥 커가는 버섯처럼… 10만 강소농 한국농업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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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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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버섯 명품조청 명품단감…
경쟁력 갖춘 농가, 미래 향한 열기 후끈

자본과 규모만 크다고 농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농업은 작지만 큰 꿈과 희망을 가진 강소농들의 열정으로 지금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한 농민이 한아름 가득 버섯을 수확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동아일보DB
자본과 규모만 크다고 농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농업은 작지만 큰 꿈과 희망을 가진 강소농들의 열정으로 지금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다. 한 농민이 한아름 가득 버섯을 수확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동아일보DB
《경기 여주에서 ‘○○’을 생산하는 이남주 씨는 연간 4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다. 그가 일하는 곳에는 그의 ○○을 보기 위해 연간 1만여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다녀간다. 그야말로 성공한 사업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증 하나. 이 씨가 생산하는 ○○은 대체 무엇일까. 그 답은 바로 ‘버섯’이다. 이 씨는 버섯 농사를 지어 4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씨가 키우는 버섯은 특별하다.

그가 키우는 버섯은 고품질 소량생산 방식으로 재배되는 프리미엄 버섯이다. 생산량으로 따지면 연간 생산량이 일반 대형버섯농장의 일주일 생산량보다도 적을 정도다. 하지만 자연산 느타리버섯과 거의 동일한 품질을 자랑하기 때문에 대형마트 등에서 일반 느타리버섯보다 5∼6배 높은 값에 팔려나간다.》
○명품 농부, 명품 농산물, 명품 소득


이러한 고품질 버섯은 그가 1988년 직접 개발한 ‘봉지 재배법’이란 특별한 기술 덕에 가능했다. 이 씨는 볏짚이나 병 안에 버섯을 키우는 일반적인 버섯농가들과 달리 비닐봉지 안에 버섯을 키우는데, 버섯의 모양과 영양성분이 토종 자연산 느타리버섯과 매우 비슷해 출시 당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물론 이 씨라고 해서 처음부터 이런 ‘대박’ 영농기술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다. 이 씨는 1979년 버섯 농사를 시작했는데, 초기에는 매년 실패를 거듭해 10년 내내 손해만 봤다. 하지만 이 씨는 ‘남과 다른, 진짜 좋은 버섯을 만들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믿음으로 직접 버섯종균 기능사 자격증까지 따가며 재배법 연구에 매진했고, 마침내 자연산 같은 버섯을 생산할 수 있는 재배법을 찾아냈다.

이후 이 씨는 유통업자와 소비자들에게 직접 버섯재배과정을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해 고객의 신뢰감 확보와 함께 부수입까지 누리고 있다. 이 씨의 사업장은 당초 900m² 규모에서 현재 2800m²로 3배 이상으로 커졌다.

○이야기 입히고 예술 더하니 ‘농업 대박’

농가 고령화, 농촌 황폐화, 시장 개방화가 진행되는 요즘 많은 이들이 ‘한국 농업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씨처럼 차별화된 상품과 장인정신을 갖춘 ‘강소농(强小農’)들은 도시 근로자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며 알찬 성공 신화를 일궈 나가고 있다.

경북 울진의 이원복씨는 자신이 만드는 조청에 이야기를 담아 내 강소농의 신화를 만들었다.
경북 울진의 이원복씨는 자신이 만드는 조청에 이야기를 담아 내 강소농의 신화를 만들었다.
경북 울진에서 조청사업을 하는 이원복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단순히 물엿을 만들어 이름 없이 내다파는 다른 농가들과 달리 자신이 생산한 조청에 ‘이야기’와 ‘건강요소’를 더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대표는 어릴 적 어른들이 벽장에 숨겨둔 조청을 몰래 한 숟가락씩 훔쳐 먹던, 그 소중하고 흥미진진한 추억을 자신의 제품에 입혀 브랜드 스토리를 완성했다. 그는 사라져가던 전통 조청의 맛을 재현하고 건강에 좋은 수수와 당귀를 참나무 숯으로 고아 섞었다. 피를 맑게 하고 피부에도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작년에는 ‘코리아 조청잼’으로 일본까지 진출했다. 2009년 9000만 원에 머물렀던 매출은 지난해 1억5000만 원으로 급증했다.

농산물에 ‘예술’을 더해 대박을 터뜨린 경우도 있다. 경남 진주의 ‘단감 명인’으로 이름난 성재희 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성 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저수고 재배법, 잡초 방제법 등 신기술을 통해 단감을 경남 대표 품목으로 육성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2%가 부족했다. 이 2%를 채우기 위해 성 씨가 떠올린 것이 바로 예술이다.

성 씨는 무형문화재인 청목 김환경 선생이 만든 채화칠기를 주목했다. 채화칠기란 나무 위에 옻칠을 하고 그 위에 다시 정제한 옻과 천연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 우리 고유의 공예법이다. 성 씨는 이 채화칠기에 자신의 단감을 담아 팔기로 했다. 명품 농산물에는 명품 그릇이 어울린다는 생각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성 씨의 단감은 2006년 롯데백화점에서 최고급 선물용품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최고의 값을 보장받으며 주요 백화점, 호텔 등에 전량 납품되고 있다.

○강소농에 한국 농업 답 있다

지난 달 경북 문경을 방문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농업인들과 함께 농촌현안을 토론하고 있다. 농업정책과 농촌현장이 밀착하면서 강소농 전략이 탄력을 받고있다.
지난 달 경북 문경을 방문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농업인들과 함께 농촌현안을 토론하고 있다. 농업정책과 농촌현장이 밀착하면서 강소농 전략이 탄력을 받고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등 농업 당국은 최근 이러한 강소농에 주목해 사례 연구를 펼치고 있다. 바로 이들이 한국 농업의 미래형 성공 모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외국의 초대형 대량생산 농장과 경쟁해야 하는 시장 개방 시대에서 규모화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전략은 한계가 있다”며 “창조적 아이디어를 통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만이 우리 농가들의 살길”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농가 호당 경지면적은 1.46ha로, 미국의 100분의 1, 네덜란드의 16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1개 강소농의 성공 스토리가 주변의 3∼4농가로 확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10만 강소농 육성은 곧 30만∼40만 농가의 성공을 의미한다”며 “2015년까지 10만 개의 강소농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민승규 농진청장은 “농가들이 모두 연간 1억 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린다면 누구라도 농촌에 와서 살고 싶어 하지 않겠냐”며 “강소농 육성은 농촌 재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강소농?▼

‘작지만(小) 강한(强) 농업(農)’을 줄여 부르는 말. 호당 경지면적이 미국의 100분의 1에 불과해, 대량생산이나 유통에서 불리한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발굴한 농업발전 전략이다. 2010년 말 추진안이 마련돼 올해 3월 1일 희망 농가를 대상으로 첫 실천사업에 들어갔다.

중국의 값싼 농산물, 서구의 고품질 농축산물은 우리 농업의 위기요소. 따라서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상대하듯 우리 농업도 가격 경쟁보다는 가치 경쟁, 시장 점유율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강소농은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생산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신기술을 개발하고 유통과 마케팅 능력을 키워 ‘홀로서기’가 가능한 명품 농산물을 만든다는 게 취지.

농촌진흥청(농업컨설팅) 농협(유통) 중소기업청(창업지원) 농수산물유통공사(수출정보) 한국농어촌공사(도농교류) 식품의약안전청(식품안정성)이 함께 참여한다. 금년엔 1만5280개 희망 농가가 참여해 시군당 평균 100개의 강소농이 육성되며, 5년 후에는 전체 농가의 10분의 1인 10만개가 강소농으로 변모할 계획. 농진청 이학동 농촌지원국장은 “소득증대는 시간을 두고 나타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인들이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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