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소프트기술-S급인재-특허 확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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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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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제품 비교전시회 참관 삼성전자 3대 핵심과제 제시
“5년, 10년 뒤를 대비해 지금 당장 악착같이 확보 나서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권오현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총괄 사장(오른쪽)에게서 반도체 사업 현황 및 신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사장(왼쪽 뒤)도 함께 참관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권오현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총괄 사장(오른쪽)에게서 반도체 사업 현황 및 신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사장(왼쪽 뒤)도 함께 참관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소프트 기술, S(Super)급 인재, 특허’를 삼성전자의 3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29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2011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둘러본 뒤 삼성 사장단에 “소프트기술, S급 인재, 특허는 5년, 10년 후를 대비해 지금 당장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는 1993년 삼성이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시작한 행사로 이 회장은 2007년 이후 4년 만에 참석했다.

이 회장이 이날 제시한 3가지 핵심 과제는 삼성전자의 미래가 어디에 달렸는지를 보여주는 화두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삼성이 집중해야 할 분야를 지적한 것이다.

마침 이날은 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실적발표일. 전 분기보다는 성적표가 나아졌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떨어졌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 회장이 어떤 ‘위기’의 메시지를 던질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반에 도착해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에 걸쳐 전시된 제품을 꼼꼼히 살피며 일부는 직접 시연해 보기도 했다. 이후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점심식사를 같이했다. 전시회를 둘러보는 내내 질책하기보다 삼성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임직원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세트 및 부품 등 총 67개 품목 356개 모델이 전시됐다. 절반 이상인 183개 모델이 경쟁사 제품이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신제품을 비롯해 냉장고, 에어컨, 카메라, 노트북 등 주요 제품이 총망라됐다.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등 부품들도 경쟁사 제품과 함께 전시됐다.

이 회장은 먼저 ‘소프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소프트 기술이란 소프트웨어, 디자인, 서비스 등을 총괄하는 개념. ‘소프트 기술’이 우수한 기업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곳이 바로 ‘애플’이다. 삼성은 이날 어떤 경쟁사 제품이 전시됐는지를 극비에 부쳤지만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 애플 제품도 다수 포함됐으며 이 회장도 주의 깊게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하드웨어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하드웨어도 부품 수를 줄이고, 가볍고 안전하게 만들어 경쟁사보다 앞선 제품을 내놓을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급 인재’를 뽑는 것뿐 아니라 이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도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은 특히 “소프트웨어 인력은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 앞으로 삼성은 소프트웨어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세 번째로 강조한 화두는 ‘특허’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 사업에 필요한 특허까지 미리 확보해 두라고 지시했다. 최근 삼성은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애플과, LED 조명에서는 오스람과 특허전을 벌이는 등 기업 간의 ‘특허 경쟁’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식재산권(IP) 센터를 중심으로 특허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IP센터 인력은 현재 450명으로 2005년(250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날 이 회장의 지시로 삼성의 ‘특허 경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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