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영입한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 씨.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힌다. 동아일보DB
삼성전자가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 씨를 영입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디자인 경영’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도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섰지만, 뱅글 씨는 자동차에서 쌓은 경험을 전자제품에 접목하는 ‘디자인 컨버전스(융합)’에 도전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뱅글 씨와 최근 계약을 맺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13∼15일 방한한 뱅글 씨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논의했으며 삼성 디지털플라자도 몇 곳을 둘려보며 제품과 디자인을 직접 살펴봤다.
페터 슈라이어, 발터 드 실바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뱅글 씨는 1992년부터 2009년까지 BMW 디자인 총괄책임자를 맡았다. 보수적인 BMW의 디자인을 과감하고 파격적인 스타일로 변신시켰으며 7시리즈의 트렁크 부분 디자인은 초기에는 ‘뱅글의 엉덩이’로 조롱받았지만 이후 대중의 선풍적 인기를 얻어 대성공하면서 디자이너로서 최정상의 명성을 얻게 됐다.
이처럼 자동차 디자인으로 정평이 난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뱅글 씨가 BMW를 떠난 뒤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이 그의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뱅글 씨가 BMW와 2년간 동종 업계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비경쟁 조약’을 맺었는데 이 조약이 올해 2월 끝남에 따라 영입 경쟁이 치열했다. 현대자동차도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나서 영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된 것은 보수뿐 아니라 디자인 철학 등이 뱅글 씨와 가장 맞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경영’에 치중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뱅글 씨의 과감하고 파격적인 디자인 스타일을 전자제품에 접목할 계획이다. ‘디자인 컨버전스’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겠다는 것이다. 뱅글 씨도 “자동차업계를 떠나면 전자제품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뱅글 씨는 삼성전자와 프리랜서 형식의 디자인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으며 이탈리아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삼성의 IT 제품이나 생활가전 등 주로 글로벌기업과 경쟁하게 될 프리미엄 제품 디자인 작업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이번 영입을 위해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 조건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뱅글 씨 영입이 1990년대 중반부터 계속된 ‘디자인 경영’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라고 보고 있다. 삼성은 디자인혁신을 위해 2001년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디자인경영센터를 조직했으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총 6개국에 해외 디자인연구소를 설치했다.
인력 영입에도 공을 들여 현재 1000명 이상의 디자이너가 근무하고 있다. 해외 기관이나 디자이너의 협업도 활발하다. 그동안 삼성은 휴대전화는 덴마크의 ‘뱅앤울룹슨’을 비롯해 이탈리아의 ‘베르사체’ ‘아르마니’, 미국의 ‘안나수이’ 등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했으며 가전에서는 앙드레 김, 마시모 주키 등과 협력해 제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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