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내달 1일 발효… 수입차 벤츠-BMW-볼보 한국 어떻게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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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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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차, 40일 배타고 운하 건너 평택으로

다음 달 1일 발효되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장 주목받는 소비재는 ‘유럽산 자동차’다.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이 국내 수입차 시장의 73%(올해 5월 기준)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인하 혜택 등으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당장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FTA 발효에 맞춰 차 값을 인하해 대대적인 판촉에 나설 계획이다. 인하된 가격에 판매되는 차들은 사실 최소 한 달 전에 유럽 땅을 떠났다.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유럽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배로 운반해 한국에 들여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유럽산 자동차들은 어떤 경로를 밟고 한국 도로를 달리게 될까. 프랑스 자동차 회사 푸조의 대표 해치백 모델인 ‘308’의 여정을 통해 그 경로를 살펴봤다.

1.출고, 기름 10L만 넣어 항구로 이동

국내에 수입되는 308은 프랑스의 소쇼 공장에서 생산된다. 공장에서 갓 생산된 차량은 프랑스의 르아브르 항구로 이동해 준비하고 있던 배에 선적된다. 공장 출고 당시 308에 주유되는 기름은 10L 남짓. 선적 및 하역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름만 넣는 셈이다. 푸조 측은 “적정량의 주유를 통해 주유비 절감뿐 아니라 선박 운송 시 무게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2.선적, 자동차 운반 전용 선박에 실어

308을 싣고 갈 배는 자동차 운반 전용 선박이다. 통상 4000대가량을 실을 수 있어 특정 브랜드의 차량만을 싣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한데 모아 한꺼번에 운반한다. 따라서 BMW의 ‘5 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 등 다른 인기 유럽차 모델들도 308과 한 배를 탄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자동차 운반 선박은 수요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운영된다.

3.항해, 부식 막으려 왁스칠-비닐래핑

목적지는 평택항. 항해 거리가 2만2700여 km에 달해 항해 기간도 35∼40일 걸린다. 이처럼 장기간 바다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소금기에 의한 부식을 막는 작업이 중요하다. 푸조 관계자는 “왁스를 꼼꼼히 바르는 것은 기본이고 차량 전체를 비닐로 래핑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포장이 끝났다면 이제 차를 고정시킬 차례. 험한 파도와 부딪쳐 배가 흔들리고, 이로 인해 차량까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특수 제작된 체인과 연결고리로 차량과 선박을 묶는다.

항로는 유럽을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경로. 평택항 도착 전 일본에 들러 일본 시장에서 판매될 차량을 하역할 때도 있지만 이 같은 중간 경유는 줄어드는 추세다. 수입차업체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수요가 늘면서 한국 물량만을 독자적으로 운반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4.하역, 수도권과 가까운 평택항으로

항해 시작 35∼40일 만에 평택항에 도착한 배가 유럽산 자동차를 내려놓고 곧바로 떠나는 것은 아니다. 하역지로 평택항을 선택한 것은 수도권과 가까운 항구라는 요인도 있지만 유럽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를 다시 싣고 가기 위해서다. 유럽산 자동차를 한국 땅에 내려놓은 배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에서 생산한 차량을 싣고 왔던 경로로 되돌아간다.

5.점검, PDI센터서 고장 여부 확인

한국 땅을 밟은 308이 곧바로 고객에게 인도되는 것은 아니다. 푸조는 수입된 모든 차량을 평택항 인근의 PDI(Pre Delivery Inspection·고객 인도 전 최종 검사)센터에 입고시켜 점검한 뒤 고객에게 전달한다. 긴 항해 기간에 고장은 나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후방감지시스템같이 온도 습도에 민감한 전자장치를 꼼꼼히 살핀다. 또 내비게이션 매립 등 옵션 장착 작업도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푸조 관계자는 “PDI센터는 제2의 생산공장이라고 보면 된다”며 “고객에게 완벽한 차량을 전달하기 위해 PDI 센터 같은 최종 점검 시스템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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