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 씨는 최근 신용정보 평가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신용등급이 2등급에서 6등급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신용정보 평가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물어 봤더니 “신용카드 한도를 100만 원으로 줄여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써도 ‘과다사용’으로 분류돼 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들었다. 박 씨는 “평가회사에서 신용등급을 다시 올리려면 카드 한도를 높여야 한다고 하더라”며 “긴축을 위해 카드한도를 줄였는데 다시 한도를 높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용 한도를 넘긴 것도 아닌데 카드소진율을 등급평가 잣대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내 신용등급이 주먹구구식으로 매겨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신용등급 평가기준은 극비사항?
금융회사는 대출 가능 여부, 대출 한도 등을 심사할 때 개인신용 등급을 중요한 잣대로 시용한다. 경제활동에서 개인신용등급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이 등급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불만이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신용등급 및 신용평점’과 관련한 민원은 2005년 12건에서 지난해 132건으로 5년 만에 10배 넘게 급증했다.
‘대출 생명줄’인 개인신용등급은 민간 신용정보 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NICE신용평가정보가 정한다. 이들은 자체적인 개인신용평가 시스템으로 개인고객의 신용등급을 결정한다고 설명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각 회사 홈페이지에 질의와 응답, 신용평가 관련 십계명 등으로 등급결정 및 기준과 관련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 등에는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기준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고객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등급 조정에 따라 가계 살림에 숨통이 막혔다 트였다 하는 만큼 등급이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
○ 지나친 등급 차이 납득 안 돼
신용평가회사에 따라 신용등급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불만이 많다. 다양한 기준에 따라 등급이 달라질 수야 있겠지만 그 차이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회사원 신모 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신용등급이 한 회사에서는 6등급, 다른 회사에서는 9등급으로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하고, 9등급이라고 한 회사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따졌다. 회사 측은 “상환은 했지만 연체기록 사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등급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신 씨는 “연체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환을 한 지 1년이 넘었다”며 “1년 전 금융거래 기록을 지금까지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카드소진율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해 KCB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카드소진비율이 100%에 가까울수록 신용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카드사용 한도를 줄여 등급이 하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회사들이 고객에 대한 우량 정보를 고객유치를 위한 일종의 노하우라고 해서 공개를 안 하는 것은 문제”라며 “상환기록 등 긍정적인 신용정보는 신용등급 결정 때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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