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표준 백신 유출 막아라” 첨단기술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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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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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충북 오송으로 이사 ‘007작전’ 완료

전국에 눈발이 휘날렸던 17일, 김도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연구관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날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서울 은평구 불광동 생활을 정리하고 충북 청원군 강외면 연제리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10월부터 계속된 이사 작업의 마지막 날이자 가장 까다로운 ‘특수 물질’을 옮기는 날. 두 기관은 설립된 후 한 번도 이사를 해 본 적이 없다.

일본뇌염 바이러스, 백일해 균주(菌株), 마약류 등 맑은 날에 옮겨도 걱정이 태산 같은 물질들을 옮기는 날 하필 눈까지 내렸다. 일본뇌염 바이러스가 담긴 얇은 유리병(바이알)을 특수 포장 박스에 옮겨 넣던 김 연구관의 근심이 더 컸던 것은 이 물질들이 ‘국가 표준품’이라는 점 때문. 이동 중 교통사고로 물질이 유출되거나 온도가 변해 물질이 변질되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이날 두 기관은 일본뇌염 백신 등 국가 표준품 바이알 6만3391개, 일본뇌염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바이알 153개, 백일해 균주 등 세균·독소 6박스, 국가 검정용 표준품 160박스 등을 옮겨야 했다. 김 연구관은 “만약 백신 국가 표준품이 변질되거나 없어지면 정부는 수많은 백신에 대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백신을 활용한 많은 예방접종이 혼란스러워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운반은 글로벌 물류업체인 ‘TNT코리아’가 맡았다. TNT코리아는 모든 조건에서도 의약품을 보관할 수 있는 특수센터를 갖추고 있으며, 통제하기 어려운 영하 20도, 영하 40도, 영하 80도를 유지할 수 있는 특수 포장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 포장재는 TNT코리아와 TNT독일이 2년간의 노력 끝에 개발한 것으로 지난해 처음 선보였다. 드라이아이스가 없어도 약 96시간 동안 온도가 유지되는 것이 특징. 이날 운반한 물질 가운데 일본뇌염 백신과 백일해 백신 등은 영하 80도, 파상풍 독소와 B형간염 바이러스 등은 영하 40도를 6시간 운반 내내 유지해야 했다.

이날 이사 작업에는 경찰 순찰차와 소방방재청의 제독차량도 동행했다. 순찰차는 운반 차량을 보호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며 마약류 등의 탈취에도 대비한 것이다. 소방방재청의 제독차량은 사고로 바이러스 등이 유출될 경우를 대비해 현장에서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

식약청은 또 한국도로공사의 도움을 얻어 고속도로 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눈이 녹아서 사고 위험이 덜한 길을 택했다. 불광동부터 서울 톨게이트까지는 경찰 순찰차 2대, 소방차 2대, 구급차 1대 등이 운반차량을 길게 호위해 곁을 지나는 운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경찰청, 소방방재청, TNT코리아, 한국도로공사 등이 합동작전을 편 끝에 대한민국 국가 표준품은 140여 km의 이동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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