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아마존의 위키리크스 축출… 먹구름 낀 클라우드컴퓨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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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 폭로 때문에 온 세계가 시끄럽습니다. 급기야 이들의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서버를 빌려주던 미국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닷컴이 위키리크스와 계약을 끊었습니다. 아마존닷컴은 위키리크스의 전자문서를 저장하는 저장 공간과 이 문서를 방문자에게 보여주는 처리를 하는 서버 컴퓨터, 그리고 방문자와 서버 사이를 연결해주는 통신망을 위키리크스에 임대해 줬습니다. 많은 기업은 전산실을 설치해 이런 인터넷 서비스를 하지만 위키리크스는 아마존닷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해 전산실 기능을 빌려 썼던 거죠.

아마존닷컴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전기에 비유합니다. 사람들이 전기를 쓰려고 집집마다 발전소를 짓기 힘들어 대형 발전소가 만든 값싼 전기를 사용량만큼 돈을 내고 빌려 쓰듯 자신들도 대형 발전소처럼 대형 전산실을 설치해 이를 소규모 기업에 빌려주겠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빌려준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차단하면서 논란이 생겨났습니다.

아마존닷컴은 불법행위를 도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전기 공급을 끊는 결정은 누가 내리던가요? 그건 한국전력 같은 발전회사가 아니라 경찰 등 공권력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아마존닷컴은 정부의 요청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게 아니라 자의로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논란이 일었습니다. KT가 6일 3세대(3G) 이동통신망을 통한 인터넷전화인 이른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를 ‘허용’하겠다면서 실제로는 월 5만5000원 미만의 통신료를 내는 소액 고객들이 이용하는 mVoIP를 강제로 차단시켰기 때문이죠. 이전까지는 이런 제한 조치가 없었습니다. KT 사례를 들었지만 국내 모든 통신사의 기본 입장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막대한 투자를 한 이동통신망에서 mVoIP 사업자가 돈벌이를 하는 ‘무임승차’를 용납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런데 통신사는 기본적으로 통신망을 빌려주는 회사입니다. 통신망에서 유통되는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니죠. 발전회사는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받지만 통신사는 통신망 위의 데이터를 생산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는 수많은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사용자의 재산입니다. 남의 재산에 대해 통신사가 “무임승차”라거나 “내용을 들여다본 뒤 걸러내겠다”고 말하는 건 봉이 김선달 같은 주장입니다.

게다가 더 크게 보면 인터넷 자체가 통신사가 아닌 사회 전체의 재산입니다. 인터넷은 대학과 정부기관, 연구소의 학자들이 서로 떨어진 컴퓨터를 전선으로 연결한 뒤 그 사이로 흐르는 데이터를 ‘표준화’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런 자발적인 노력에 대해 국내 통신사들은 어떤 비용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통신사들이야말로 인터넷을 만든 사람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무임승차한 게 아닐까요?

그래서 참 씁쓸합니다. 인터넷 시대의 총아라는 아마존닷컴이나 통신사들의 인식이 전기로 우리의 가정을 조용히 밝혀주는 산업화 시대의 발전회사만도 못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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