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코리아 파워]현대건설, “수주 100억 달러 돌파 눈앞” 대한민국 건설史에 신기원

  • 동아일보

원전사업 항만공사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전방위 해외수주 박차
업계 첫 매출 10조 부푼 꿈 “글로벌 건설리더 도약”


현대건설은 1월부터 10월 말까지 98억 달러를 수주하며 올해 목표 1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남은 기간에도 수주가 유력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있어 연말까지 120억 달러 이상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이는 현대건설 창사 이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건설사에서도 1년 해외 수주 물량으로는 최대 금액”이라며 “국내 건설경기 불황에 대비해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 안정적 해외 포트폴리오 구축


김 사장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업체들이 플랜트 중심의 편향된 수주 경향을 보일 때 현대건설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와 석유화학시설, 건축공사에 이어 대규모 항만공사까지 수주해 다양하고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올해 초 31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쿠웨이트 가스 파이프라인 공사와 부비안 항만 공사, UAE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카타르 대형 건축공사, 싱가포르 대형복합몰 공사 등에 이르기까지 건설 전 분야에 걸쳐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선 게 큰 도움이 됐다.

현대건설이 UAE 및 신울진 원전 수주 외에 시공능력평가 1위, 업계 최초 연간 매출 9조 원 돌파 등 여러 분야에서 기록을 갈아 치운 것은 지난해 3월 김 사장 취임 이후. 김 사장은 이에 대해 “무엇보다 임직원들이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지를 갖고 회사의 지속가능성장과 미래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한 결과”라며 “올해 초 현대건설의 ‘비전 2015’가 정립된 데다 임직원 모두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임하고 있어 현대건설이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전 2015에서 김 사장은 △5대 신성장동력 사업을 육성하고 △그룹사 간 시너지를 강화해 2015년까지 매출 23조 원, 수주 54조 원, 영업이익 2조2000억 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20’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5대 신성장동력은 △해외원전 △해상 △환경, 신재생에너지△물 산업 △고속철도 등이다.

올해 현대건설은 건설업체 최초로 매출 10조 원, 수주 20조 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영업이익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건설 전 분야에 걸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 외에도 해외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등한시했던 토목·건축 분야도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선 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과거 해외 토목·건축분야는 한국 건설사들의 주력사업이었지만 최근 이 분야 인력은 줄이고 플랜트에만 집중하고 있어 토목·건축에서 시공실적 부족 등으로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야도 생기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플랜트는 물론 고급 토목·건축 공사 분야의 경쟁력 향상과 수주에 노력한 결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금액이 큰 공사를 따낼 수 있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김 사장이 중점을 두는 분야는 원전. 현대건설은 올해 초 원전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앞으로 세계적으로 400기 이상의 발주가 예상되는 원전 공사 수주 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 유관기관과 협조 필요”

현대건설은 1971년 국내 최초로 고리 원자력 1호기를 시작으로 현재 국내에서 운영하는 원전 20기 중 12기를 준공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더해 원전사업본부를 통해 사업 수행능력을 체계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원자력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육성·관리해 나가 향후 세계 시장에서 원전을 현대건설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원전 사업은 건설사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라며 “정부를 비롯한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원전사업이 현대건설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표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줄곧 직원들에게 인문학을 강조하는 최고경영자(CEO)로도 유명하다. 김 사장은 “현대건설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려면 세계 모든 국가와 국민을 대상으로 일을 해야 한다”며 “통합과 통섭의 시대에서 다문화, 다인종을 아우르는 ‘어울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 사회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며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 공부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비료공장 현장만 하더라도 전체 1만3000명 중 한국인은 5%에 불과하며 이 5%의 한국인이 조직의 리더가 돼 현지인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직원과 일을 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 없이는 공사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지금 시대에서 건설은 곧 인문학”이라며 “건설과 인문학이 융합되지 못하면 진정한 창조의 결과물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입사 후 건축, 주택본부장,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등을 지내며 정통 ‘건설인’의 길을 걸어온 김 사장은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건설인으로서 살아온 자부심을 느낀다”며 “열정을 가지면 누구나 일한 만큼 돌려받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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