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안갯속’…대립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8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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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현대그룹은 28일 인수 자금의 출처에 대한 증빙자료를 이날까지 추가로 제출하라는 현대건설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29일로 예정된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주식 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도 불투명해졌다.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현대그룹이 이번 사태의 배후로 현대차그룹을 지목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기로 함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전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현대그룹, 자료제출 요구 거부…"MOU부터 맺어야"

현대그룹이 대출 계약서 등 현대건설 인수 자금 출처에 대한 추가 증빙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강수를 뒀다. 입찰 규정을 준수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입찰 규정을 지킨 데다 채권단이 문제로 지적한 인수 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도 이미 다 했기 때문에 더는 할 것이 없다"며 "더구나 법에 규정되지 않은 채권단의 추가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29일에 예정대로 현대건설 주식매매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수 자금 출처를 둘러싼 논란의 확산을 MOU 체결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그룹 관계자는 "MOU를 우선 체결한 후에 채권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추가로 소명 자료를 낼 수는 있다"고 말해 채권단의 대응이 주목된다.

▽ 채권단 강경책으로 맞설까, 한발 물러설까

채권단은 29일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은 채권단과 현대그룹의 MOU 체결 시한이어서 채권단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를 벌여 MOU 체결 여부와 체결 시한 연장, 우선협상대상자 취소 여부 등 여러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일 법률적인 검토 내용을 갖고 현대건설 매각에 대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으로서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현대그룹의 인수 자금 출처를 확인하지 않고 현대건설 매각 작업을 진행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때 부실 심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그렇다고 29일 MOU를 체결하지 않거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하는 등 강경책으로 맞섰다가 현대그룹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도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더구나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근거 없는 의혹들을 퍼뜨렸다며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인수전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이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은 이번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MOU를 체결하고 그 조건으로 현대그룹이 추가 자료를 내도록 하거나 체결 시한을 연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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