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나눔]나눌수록 더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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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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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 제품 더 찾는다”
사회적 기업 설립… 해외서 나눔활동… 영역-대상 넓혀

독거노인 목욕을 돕고 있는 두산중공업 직원들(위)과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 중인 효성 직원들(아래). 그래픽 임은혜happymune@donga.com
독거노인 목욕을 돕고 있는 두산중공업 직원들(위)과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 중인 효성 직원들(아래). 그래픽 임은혜happymune@donga.com
《 기업의 사회 책임 경영은 단기적으로 돈이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아직은 생소한 말과 함께 기업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소비자는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호한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성장 위주의 경제적 측면만을 강조해 온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 소비자 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시대라는 점에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성장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는 의미다. 》

○ 연탄나누기부터 여성암 환자 헤어연출법 강의까지

우리 기업들은 어떤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행하고 있을까. 연말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저소득층을 위한 사랑의 김장 나누기, 연탄 나누기, 성금 기부 등이 전통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공익재단 설립을 통한 장학사업과 무담보 소액 대출(마이크로 크레딧), 심장병과 암을 앓는 어린이 의료지원 사업도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사회 공헌 활동이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도 점차 영역이 확대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활동의 타깃 계층도 세분화되는 중이다. 기업들은 자기 사업 분야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분야를 찾기도 하고 노동 소외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거나 운영을 도움으로써 고용을 늘리기도 한다. 여성암 환자들에게 메이크업 및 피부관리, 헤어연출법 강의를 해주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쏟아져 나왔다.

○ 전공을 살린 사회공헌

매일유업은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영유아를 위한 특수 분유를 11년째 생산해오고 있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은 날 때부터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런 증상이 있는 어린이들은 특정 아미노산을 제거한 분유를 먹어야 하지만 이런 분유는 극히 드물다. 수만 명 중 1명 비율로 발생하는 특수 질환이라는 이유로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한 캔에 5만∼6만 원 하는 외국제품에만 의존해야 했다.

여성 암 환자에게 메이크업 노하우를 전수 중인 아모레퍼시픽 직원(위)과 삼성전자가 케냐에서 벌이고 있는 청년 교육 프로그램(아래). 그래픽 임은혜 happymune@donga.com
여성 암 환자에게 메이크업 노하우를 전수 중인 아모레퍼시픽 직원(위)과 삼성전자가 케냐에서 벌이고 있는 청년 교육 프로그램(아래). 그래픽 임은혜 happymune@donga.com
매일유업은 이런 상황에서 1999년 순수 자체 기술로 8종의 특수 분유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일하다. 가격은 수입제품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김정완 매일유업 대표는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일”이라면서도 “어린이의 건강이 우선인 만큼 선친 김복용 회장의 유업이기도 한 이 사업을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부터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up Your Life)’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은 여성 암 환자들에게 메이크업 및 피부관리, 헤어 연출법을 알려주는 활동을 위주로 진행된다.

암 치료를 받다 보면 몸도 고통스럽기 짝이 없지만 피부색이 변하고 머리털이 빠지는 등 갑작스러운 외모 변화 때문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기 마련. 아모레퍼시픽은 “환자들이 심적 고통과 우울증을 극복하고 긍정적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캠페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캠페인은 한국유방건강재단, 한국유방암학회, 대한종양간호학회가 함께한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현재 아모레 카운슬러 및 교육강사 500명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여성암 환자들을 위한 ‘진정한 미의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고용을 늘려

노동 소외 계층을 위한 사회적 기업 설립은 최근 기업들의 사회적 공헌 활동으로 크게 각광받는 분야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장애인도 돕고 고용도 늘리자는 취지에서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를 9월 설립했다. 이지무브는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보조 및 재활기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의 첫 번째 사회적 기업이다.

이지무브는 현대차그룹으로부터 3년간 29억 원을 투자받아 상·하차 보조기, 자세유지 보조기, 이동·보행 보조기 등 다양한 장애인 보조 및 재활기구를 생산한다. 만들어진 제품은 국내 판매뿐 아니라 해외 수출도 할 계획이다. 이지무브는 2012년까지 2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특히 이 가운데 장애인 등 고용취약계층을 80명 이상 고용해 보조기구 사회적 기업으로서 설립 의미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매출 목표는 연간 180억 원 이상.

LG전자는 정부와 손잡고 사회적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LG전자는 “올해 안에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 생산성 향상 컨설팅 프로그램 개발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원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좋은 취지의 사회적 기업을 선정해 내년부터 3년간 80억 원을 투입하고 재정 지원 및 경영자 교육, 판로개척, 생산성 향상 등 네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칠 방침이다.

○ 해외에서도 사회공헌

삼성전자는 글로벌기업답게 국내뿐 아니라 북미, 중남미, 유럽,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중국, 독립국가연합(CIS),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 9개 지역에서도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도 뭄바이에서는 지난해 정보기술(IT) 교육센터를 세워 IT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정보화가 뒤떨어진 지역에 사는 청소년들이 빈곤의 대물림을 겪지 않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에서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이 지역 어린이가 자주 겪는 심장병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심장병 어린이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06년부터 유방암 퇴치 캠페인인 핑크리본 캠페인 후원을, 중국에서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 빈곤지역에 100여 개의 희망소학교 건립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STX는 아프리카 가나에서 이동도서관 사업을 한다. 지난 5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국제봉사기구와 ‘가나 농촌지역 이동어린이도서관 운영사업지원 협약식’을 갖고 11월부터 아프리카 가나 어린이들을 위한 이동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가나 오두퐁크페 학교에 도서관을 개관해 차량 이동도서관이 이 학교를 거점으로 수도 아크라와 쿠마시, 타코라디 등지의 농촌지역 10곳을 순회하면서 교육 기회가 적은 저소득가정 어린이들에게 도서 대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이동도서관은 주 4일, 주로 도서관 접근이 힘든 시골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돈다.

LG전자도 내년부터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에 ‘LG희망가족’ 1만2000가구를 선정하고 이들과 함께 마을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한다. 이 사업은 홍수 대비 지반 상승작업, 도로 건설, 배수로 구축 등 자연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활동 위주로 진행되며 LG전자는 사업에 참여한 ‘LG희망가족’에게 식량과 임금을 제공할 방침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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