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환차익 노린 선물환거래 급증

  • 동아일보

외국인, 위안화 대체통화로 원화 투자 늘려… 외환시장 비상

외국인투자가들이 중국 위안화 강세를 노린 대체투자로 위안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원화 외환시장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화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대체투자로 인한 투기적 거래가 늘고 있으며 이 자금들이 우리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15일부터 실시하는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한 외환 공동검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선물환은 미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해놓은 환율로 외환을 사고팔 것을 약속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외국인투자가는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 한국의 주식이나 채권을 샀다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환차손을 보기 때문에 환율변동 위험을 없애기 위해 선물환 계약을 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중국의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내 외은지점에서 원화 역외선물환(NDF) 거래로 환차익을 노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외은지점이 거래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NDF 시장은 만기 때 실제 투자원금이 아닌 환율 변동에 따른 손해와 이익금액만큼만 주고받기 때문에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투자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위안화 절상을 염두에 두고 원화 NDF 거래를 하는 이유는 원화가 위안화와 가장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통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는 외국에서도 NDF 시장을 통해 언제든지 선물환 계약을 할 수 있어 자본시장이 통제돼 있는 위안화의 대체통화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원화가 위안화와 함께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리 싼 가격으로 원화를 사두고 달러를 파는 선물환 매도 계약을 하는 식이다. 또 중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면서 혹시라도 나타날 수 있는 위안화 가치 하락의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원화 선물환을 매수하기도 한다.

문제는 세계 최대 외자유치국인 중국에 투자하면서 원화 NDF를 대체수단으로 이용하는 거래를 계속 방치할 경우 원화의 환율 변동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위안화 대체통화로 활용되는 원화 NDF 거래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거래가 계속 늘어날 경우 국내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유출입되는 외화가 늘어나 환율 급변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금융당국은 일부 외은지점이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리고 외국의 본점에 기존의 선물환 거래를 이전하는 편법을 사용해 자기자본의 250%로 정해진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넘겨 선물환 거래를 늘린 정황도 파악하고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투기적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있었던 만큼 규정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강도 높은 징계를 내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해 자기자본의 250%로 규정된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 투자하면서 환율변동 회피수단으로 원화 NDF 시장을 이용하거나 선물환 포지션을 외국 본점으로 이전하는 편법에 대해서는 아직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기적인 선물환 거래는 적발하기 어려운 데다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며 “하지만 방치할 경우 환율 급변동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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