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릴레이 칼럼]<2>기 소르망 문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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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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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라는 하나의 경제중심서 아시아 포함 복수중심 체제로”

주요 20개국(G20)은 세계통합정부는 아니다. 지구촌 국가의 대부분은 G20에 속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G20이라는 소그룹의 국가지도자 모임이 지구 전체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 건 아주 위험하다. 특히 중국 등 일부 회원국은 완전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 G20의 결정은 의회나 사법재판소 같은 권력 견제기구에 의해 제어되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문명에 속한 국가지도자가 만나 공통된 이익의 주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G20의 중요성은 G20이 결정하는 것이나 결정하지 않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G20의 존재 그 자체에 있다. G20의 존재는 지구의 새로운 문명이 태생 단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G20은 과거의 호전적인 국가 간 교역과 경제 활동을 대체하는 새 그림을 그려갈 것이다. 또 G20은 앞으론 자유경제와 자유무역 및 노동의 국제적 분화의 효율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국가 간 합의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는 20세기를 황폐하게 만든 공산주의와 보호무역주의라는 2개의 그릇된 사상의 시대적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유시장 경제가 세계를 가난에서 탈출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G20 모두가 찬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혁신인가.

사실 서울에서 G20 회의가 열리는 자체가 큰 사건이다. 그것은 세계 경제가 더는 서구라는 단 하나의 중심이 아니라 아시아를 포함한 복수의 중심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 회의에서 한국은 한 세대 안에 가난을 벗어나고 번영을 이뤄낸 유일한 국가라는 예외적이면서도 전략적인 위치를 점유할 것이다. 이 유일한 역사 덕택에 한국의 대표들은 전 세계에 절대적인 진실 2가지를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세계의 절반은 아직도 나쁜 정치, 나쁜 경제 및 제도 때문에 비참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좋은 제도와 공정한 정치, 경제가 있으면 단 한 세대 안에 비참한 삶에서 존엄성을 갖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사공일 G20 정상회의준비위원장은 이 진실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명백한 정통성을 가진 ‘성공한 대한민국’의 두 증인이며 주역이다.

서울 G20 회의의 위험성은 환율 전쟁과 서구 경제의 위기 속에서 무익한 상호 비난에 함몰되는 것이다. 서구 및 일본 경제의 침체 원인은 중국의 위안화나 한국의 원화 가치, 아시아 국가의 대규모 무역흑자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미일, 유럽 경제의 침체는 스스로의 문제 때문이다. 유럽인과 일본인은 충분히 일하지 않는다. 미국인은 혁신을 중단했다. 불행히도 일부 서구 지도자는 이번 G20 회의에서 그들 내부 문제에 맞서기보다 위안화나 한국의 수출 문제를 속죄양으로 삼으려는 기미가 보인다.

G20 회의의 정치적 일탈을 최대한 억제하고 회의를 ‘지구촌 빈곤과의 투쟁’이라는 근본적 의제로 끌고 가는 것은 한국의 역할에 달렸다. 만약 이번 회의가 회원국 간의 근시안적 주장과 이론적 싸움을 극복하고 모든 문명 속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바람직한 지구촌 경제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서울 G20 회의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 야망이야말로 도리에 맞는 것이며 자유시장 경제가 보존되고 확장된다면 30년 내에 실현 가능한 것이다.

■ 기 소르망

△문명 비평가, 칼럼니스트 △국립행정학교(ENA) 졸업 △파리정치대 교수 △총리실 전망위원회 위원장(1995∼1997년) △르피가로, 월스트리트저널, 아사히신문 기고가 △‘미국 보수주의의 혁명’(1983년) ‘거짓의 제국, 21세기 중국의 진실’(2008년) 등 다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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