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조직에 ‘반골’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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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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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국정감사 현장의 화제는 단연 ‘배추’였다. 이상기후로 배추 작황이 나빠지면서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뛴 게 원인이 됐다. 배추값 폭등 사태 예측에 실패한 정부 당국에 대한 비판, 농산물 유통 구조에 대한 해묵은 논란 등 말이 많았다.

가뭄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를 포함해 예기치 않은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급격한 기술 진보와 글로벌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요즘, 위기관리는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경영 현장에서도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다.

위기관리의 출발은 예측이다. 문제는 모든 경우의 수를 100%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위기관리에서 논의의 초점은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대해서까지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적어도 예측 가능한 위기에 미리 준비하고 적절한 대처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맥스 베이저먼 교수는 어떤 사태의 예측 가능 여부를 판단할 때 걸림돌이 되는 요인 중 하나로 ‘자기위주 편향(self-serving bias)’을 지적했다. 이는 쉽게 말해 ‘성공은 내 공(功), 실패는 남 탓’으로 돌리는 태도다. 넓게 보면 긍정적 결과는 과대평가하면서 부정적 결과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자기위주 편향적 속성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자신이나 자신의 성과에 대해 남들보다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과잉확신(overconfidence)’으로 발현되기도 하며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모순되는 정보는 폄하하고 자신의 기존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에만 의미를 두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인지적 편향은 현실을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하고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게 함으로써 위기에 대한 점검과 대비를 소홀하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많은 기업이 시나리오 플래닝, 리스크 분석 등 갖가지 경영기법과 과학적 방법론을 동원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려 한다. 하지만 이를 실제 운영하고 실행하는 조직원들이 이러한 인지 편향성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최첨단 위기관리 기법이라고 한들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인지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무조건 겸손하고, 매사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조직 내에 의도적인 ‘반골(反骨)’을 둠으로써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제동을 거는 장치를 마련해볼 수 있다.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공식적으로 지정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토록 하는 방법이 한 예다. 이종 업계 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구성해 새로운 견해를 들어보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어떤 방법이든 중요한 점은 의사결정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약 2000년 전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밖에는 보지 않는다.” 자기가 보고 싶지 않은 것까지 볼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7호(2010년 10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위기도 삶의 일부… 리더는 지혜와 위엄 지켜야
메디치 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다. 가족과 조용히 부활절 미사를 드리고 있을 때 암살단이 그의 목숨을 노렸다. 교황청과 나폴리 왕국의 비호를 받고 있던 파치 가문이 암살단을 보낸 것. 로렌초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동생이 현장에서 처참하게 살해됐다. 설상가상으로 로렌체 암살을 성공시키지 못한 교황은 피렌체에 전쟁을 선포했다. 일부 피렌체 시민은 차라리 로렌초를 적에게 넘겨주고 전쟁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로렌초는 위기 앞에서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리더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 담담하게 대처했다. 위기를 특수 상황이 아닌 삶의 일부로 봤기 때문에 가능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지도자는 냉정을 유지하며 지성의 힘과 임기응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위기에 맞선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을 소개했다.



맞춤식 생산 시대… 비즈니스에도 변종 물결
▼매킨지쿼털리


미국의 노인헬스케어기업인 엘더파워는 맞춤식 지원을 통해 노인 요양비를 낮췄다. 각 노인의 집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한 알람과 웹캠, 자체 TV 네트워크가 갖춰졌다. 가족이나 의료진은 이를 통해 노인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응급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노인들은 자체 TV 네트워크를 통해 동네 교회 예배나 연극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엘더파워는 노인의 가족과 친구, 이웃 자원 봉사 등으로 이뤄진 소셜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각 노인에게는 담당 지원자가 배정되어서 맞춤식 서비스가 제공됐다. A 자원봉사자는 매일 두 차례씩 노인에게 안부 전화를 하고, B 자원봉사자는 주변에 사는 노인에게 저녁 식사를 준비해주는 식이다. 엘더파워는 이런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노인 요양비용을 다른 요양원 평균의 18%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중심축이 대량 생산에서 맞춤식 생산으로 이동하면서 과거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이른바 ‘변종(mutation)’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호 DBR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종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데이터 분석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 좌우한다
▼Management Science 2.0


올여름 영국에서 열린 왕립의학협회.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투자한 유전자 정보회사인 ‘23andMe’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의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는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이 고셔병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5.4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논문은 16개 연구기관의 연구원 60여 명이 무려 6년간 벌인 초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23andMe는 같은 연구 결과를 불과 8개월 만에 밝혀냈다. 오랜 산고 끝에 나온 대하드라마와 같은 논문을 비웃듯 말이다. 23andMe의 연구는 초대형 데이터의 패턴 분석을 통해 가능했다. 이는 데이터가 귀하다는 전제 아래 가설 설정, 연구,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결과 도출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기존 연구 방식을 뒤집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21세기에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수집할 수 있고, 데이터 패턴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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