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한국인 근로자 생활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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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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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國서 삼겹살-폭탄주… 한국같네!

9월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알제리 오랑의 ‘알제리-오만 비료공장 프로젝트(AOFP)’ 건설현장. 모래언덕을 뒤에 두고 지중해변에 위치한 현장에는 뙤약볕 속에서 모래바람이 강하게 불어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다. 취재기자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만 현지 한국인 근로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송세영 대우건설 알제지사 대리는 “음식은 물론이고 당구장, 노래방, DVD감상실, 족구장, 헬스클럽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가족과도 인터넷 메신저 등으로 수시로 연락할 수 있어 해외수당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한국에 있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빔밥-불고기 등 한국음식 즐겨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등 해외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들이 해외 현장에 국내 건설현장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술이 금지된 이슬람국에서 폭탄주 회식을 위해 술을 수입하는가 하면 한국인 조리사가 요리하는 삼겹살, 비빔밥, 불고기 등을 현장 식당에서 제공한다. 각종 운동 및 문화시설은 물론이고 동호회 활동까지 지원해 “돈 쓸 곳 없는 곳에서 한국과 비슷한 생활을 하면서 해외근무 수당 등을 더 받아 오히려 이익”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대우건설은 오랑 비료공장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위해 한국 급식업체의 조리사를 현지에 파견했다. 배추, 오이, 고추, 당근, 마늘 등 주요 음식재료도 한국에서 공수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재배해 김치, 비빔밥, 불고기 등을 한국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맛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이 밖에 각종 운동 및 문화시설을 갖춘 것은 기본이고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한 달에 두세 차례씩 양주, 소주, 맥주가 등장하는 ‘폭탄주 회식’도 열고 있다.

조재덕 대우건설 AOFP 현장소장은 “알제리가 회교국이기는 하지만 맥주와 양주를 합법적으로 판매하고 있고 소주도 정식 통관 절차를 거쳐 들어오는 게 있어서 회식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휴일엔 시내쇼핑 셔틀버스 운행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의 오지에서 도로와 항만공사를 하고 있는 쌍용건설도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주요 식재료를 한국에서 공수하는 한편 소주와 삼겹살처럼 항공편으로 보내기 힘든 메뉴는 현지 교민사회에서 조달해 공급하고 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1983년 사장 취임 이후 거의 매년 명절과 연말연시를 해외 현장에서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에도 인도와 파키스탄 현장을 방문해 현장 직원 및 가족들과 송년회를 함께했고 자녀들에게는 직접 준비해 간 학용품과 선물을 전달하고 세뱃돈을 주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 루와이스 산업단지에서 디젤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GS건설은 현장에 실내 골프연습장을 설치해 놓고 1년에 2차례 스크린골프 대회를 개최한다. 휴일에는 수도인 아부다비 시내 관광과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도 운영한다.

현대건설, SK건설도 해외 현장에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해 놓고 각종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 근무를 마친 직원에게는 부부동반 해외여행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으면서 현장 직원들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들에게 쾌적한 근무 여건을 만들어 주면 결국 회사와 국가의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최고경영자(CEO)들은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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