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금융위기 이후 따로 노는 부동산-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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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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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정책으로 잠시 논란의 중심에서 사라졌던 부동산 문제가 수면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 하반기에 집중된 17만 가구 입주 폭탄에 11만 채로 추산되는 미분양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경기회복세를 가속화시키고 싶은 정부로서도 부동산 문제 해결은 관건이다. 업계가 고민하는 ‘거래 실종’은 가격 하락으로 매수세가 살아나면 해결되더라도 부동산이 일본처럼 구조적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묘수도 없다.

증시도 부동산시장의 붕괴 조짐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다. 지난 30년간 부동산시장과 증시는 거의 비슷한 사이클로 움직여 왔다. 부동산과 주식투자자금이 중복되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부동산시장과 경기호황이 맥을 같이하는 데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부의 효과가 간접적으로 증시 활황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시장은 ‘시차는 있지만’ 2인 3각 경기처럼 같은 궤적을 보여줬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이웃 일본도 증시와 부동산시장은 등락을 같이했다. 특히 지난 20년은 증시와 부동산이 동시에 ‘세트’로 몰락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두 시장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시가 먼저 폭락한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부동산시장은 이제 집중적인 하락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린다. 혹자는 잠시 분리되어 움직이는 두 시장이 결국 상호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가 부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쳐 경기 둔화를 초래하고 결국 증시 하락을 유발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대편에서는 두 시장이 놓여 있는 환경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부동산은 사상 최고가라는 가격 버블이 붕괴된 상태에서 수급이 무너졌기 때문에 회복에는 최소 4,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증시는 우선 가격 버블이 없고 시중 유동성이 충분한 데다 금융위기가 우리 기업에 더욱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또 50년간 지속된 부동산 불패 신화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양 시장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이 80 대 20에 이를 정도로 극심했던 부동산에의 쏠림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증시가 최대 수혜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아직 부동산과 증시의 ‘분리’를 얘기하기는 이를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부동산과의 이별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우리 사회 양극화 치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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