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단기적 애그플레이션, 증시엔 藥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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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농산물 가격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밀 가격의 강세가 예사롭지 않다. 6월 말 이후 최근까지 밀 가격은 6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짐 로저스는 최근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글로벌 증시뿐만 아니라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상되는 주된 경로는 중국의 물가상승이다. 중국은 물가지수(CPI) 구성 항목 중 식료품 가격 비중이 34%이다. 따라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한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대두된다면 이는 추가적인 긴축에 대한 필요성을 자극하게 된다. 즉, 그동안 형성되어 왔던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희석시킬 것이다.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마저 긴축을 통해 경기 확장 속도가 감소한다면 그 파급 효과는 우습게 볼 문제가 아니다.

2007년 중반부터 2008년까지 옥수수 가격이 두 배 이상, 밀가루 가격이 세 배 이상 폭등하는 애그플레이션이 나타난 바 있다. 당시 원인은 수요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흥국들의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육류소비의 급격한 증가가 일어나면서 사료용 농산물의 수요가 급등세를 지속했다. 또 신흥국의 식용 곡물 수요 역시 전 세계 평균치를 상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더불어 때마침 불어닥친 바이오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옥수수, 사탕수수 및 대두에 대한 수요를 크게 증가시켰다.

그러나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격의 상승은 악천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의 수출을 금지시켰는데 이는 극심한 가뭄의 여파로 밀 생산량이 40% 이상 급감할 것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곡창지대인 캐나다의 경우도 내륙지방의 폭우로 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농산물 가격 상승은 구조적 원인으로 일어난 게 아니어서 장기화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현재의 농산물 가격 상승세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긴 것은 투기적 거래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데도 이유가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증시, 특히 국내와 같은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 농산물 가격의 상승세에 현명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짐 로저스의 말처럼 마트에 가서 미리 밀가루와 설탕을 사재기할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으로 와서 농산물 관련주를 사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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