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에 중동-중국발 먹구름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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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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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석유화학단지 모습.
울산 석유화학단지 모습.
■ 쏟아져 나오는 물량
중동-중국 NCC 증설 러시 올 한해만 585만 t 규모 신설

■ 국제 에틸렌값 급락
t당 가격 절반 가까이 뚝 하반기엔 더 떨어질 전망

■ 업계 “신성장동력 찾아라”
고부가 제품-원료개발 등 기술 혁신 움직임 활발


중동과 중국이 최근 대규모로 석유화학설비를 증설하면서 석유화학제품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저가 물량 때문에 에틸렌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6월 시장 평균가가 급락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산유국인 중동이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중국과는 사실상 직접 경쟁은 힘들어 위기 상황”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저가 원료 활용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프타 분해설비(NCC)는 원유에서 추출된 나프타를 가공하는 시설이다. 나프타는 NCC를 거쳐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가 된다. 이 중 에틸렌의 용도가 가장 많아 에틸렌 생산 규모를 한 국가의 석유화학 생산 능력으로 본다.

중동과 중국이 올해 상반기에 신·증설한 NCC는 각각 300만 t과 135만 t 규모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올 4분기(10∼12월)에 150만 t 규모의 NCC를 완공할 예정이어서 올해에만 총 585만 t 규모의 신규 설비가 만들어진다. 이는 국내 에틸렌 연간 생산시설 규모인 761만 t의 77%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5년간 중동과 중국은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4년 670만 t에서 2009년 1144만 t으로, 중국은 2004년 587만 t에서 2009년 1083만 t으로 증산하며 세계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다.

중동과 중국에서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국제 에틸렌 가격은 6월 들어 급락했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t당 1384달러였던 에틸렌은 6월 889달러로 가격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하반기 가격은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임지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연간 에틸렌 수요 증가량은 400만∼500만 t인 데 반해 에틸렌 공급 증가량은 향후 1년 반 동안 900만 t 이상”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제품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에틸렌 생산이 많은 여천NCC(연간 190만 t), LG화학(178만 t), 호남석유화학(175만 t), SK에너지(86만 t), 삼성토탈(85만 t), 대한유화공업(47만 t) 등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에 비해 소폭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는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원료 직접 개발, 신성장 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이달 18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중동, 중국에서의 설비 증설 러시, 그린 소사이어티(green society)의 도래로 세계 석유화학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기술과 사업의 혁신 속도만이 최대 무기”라고 말했다.

SK에너지는 ‘그린폴(이산화탄소로 만든 플라스틱)’, 리튬이온 배터리와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을 비롯해 ‘청정 석탄(Green Coal)’ ‘차세대 박막태양전지’ 부문의 개발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구 사장은 “기술로 이길 수 있는 것만이 우리 핵심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호남석유화학은 자동차 경량화 소재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소재 개발 및 적용에 매진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 측은 “자동차의 금속부품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가벼운 기능성 소재를 개발해 현대기아차 등 여러 차종에 적용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토탈은 정보기술(IT) 제품용 보호필름, 플라스틱 생수병뚜껑 등 틈새시장에 적합한 제품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 LG화학은 폴리올레핀(PO)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비중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원료 개발에 직접 참가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호남석유화학은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지역의 천연 가스전 개발·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SK에너지는 페루 등 남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구자영 사장은 올 초 남미 자원 시장 탐방을 위해 페루, 에콰도르를 방문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10일 준공한 LNG 공장 방문을 위해 페루로 출국할 정도로 자원 직접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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