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약정할인 vs 멤버십카드, 어느 약발이 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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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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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로 바꿀 때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을 높이는 ‘족쇄 마케팅’이 오히려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DBR 자료 사진
고객이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로 바꿀 때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을 높이는 ‘족쇄 마케팅’이 오히려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 DBR 자료 사진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록인(Lock-in)’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록인은 기업이 전환비용(switching cost·고객이 경쟁사 제품이나 서비스로 바꿀 때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또는 포기해야 하는 혜택)을 높여 고객을 붙잡아두는 전략이다.

많은 기업이 록인 전략을 활용하고 있지만 전환비용을 지나치게 높여도 문제가 발생한다. 고객들이 가진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록인이라는 말뜻 그대로 고객에게 지나친 족쇄를 채우면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가 통신사의 약정할인제다. 약정할인제에 가입한 고객은 휴대전화를 싼값에 사거나 통화료를 할인받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특정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통신사들은 약정할인제 도입에 따라 고객 해지율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자가 한 이동통신사의 과거 해지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정할인제가 가져온 해지율 감소 효과는 약정기간 만기 이후 급격한 해지율 증가로 상쇄되고 말았다. 약정할인기간 고객들의 해지율은 전체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하지만 약정할인기간이 끝나자 해지율은 평균치의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특히 약정 만기 후 한 달 이내에 경쟁사로 빠져나간 고객이 많았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약정할인제처럼 고객에게 족쇄를 채우기보다 자발적으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구매금액이나 빈도, 이용기간 등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십카드 같은 충성도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고객이 다른 경쟁사로 옮겨갈 때 포기해야 하는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실제 이동통신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멤버십카드에 가입한 고객의 해지율은 평균보다 약 1%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금액이 많은 우수고객은 그 차이가 더욱 컸다. 멤버십카드에 가입한 우수고객의 해지율은 그렇지 않은 우수고객 해지율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충성도 프로그램의 록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실질적 가치가 다른 경쟁사보다 충분히 커야 한다. 또 제공되는 혜택의 가치를 고객이 쉽게 이해하고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고객 생애가치(고객당 미래 예상 매출과 소요 비용을 고려한 예상 이익의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충성도 프로그램의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충성도 마케팅의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따라서 단기 매출과 비용만 분석하다 보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회계 기준을 개선해 기업이 더 장기적 시각에서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객 유지율이나 재구매율, 고객자산(customer equity·현재 보유고객의 생애가치와 미래 잠재고객의 생애가치의 합)과 같은 성과 지표를 회계 기준에 반영해야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보험 감독기관은 미래 수익을 중시하는 내재가치(embedded value·예상 유지율과 손해율 등을 고려한 보험계약 예상수익의 현재가치)를 보험사들이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했다.

게임의 룰을 바꿀 혁신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초경쟁 시대다. 전환비용을 높인답시고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불편을 초래하면 역효과만 날 수 있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의 자발적 충성도를 높이는 장기적 시각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한인재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epici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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