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00년 넘는 ‘시니세 기업’ 위기 모르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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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지역기반 ② 상시 혁신 ③ 고객 제일
금융위기도… 내수침체도… 2만곳 끄떡없이 ‘전통’ 지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기업은 극심한 내수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100년 만에 찾아온 위기에도 끄떡없는 기업이 있다. 창업한 지 100년이 넘는 이른바 ‘시니세(老포)’ 기업이다. 몸집을 키우는 외형 성장 전략보다 내실을 다지면서 끊임없는 혁신을 금과옥조로 여겨온 기업정신이 시니세 기업의 공통점이다.

시니세는 가가손손 가업으로 이어 내려오는 전통 기업으로 대체로 창업한 지 100년 이상 된 회사를 의미한다. 업종은 온천이나 전통 숙박시설인 료칸과 같은 서비스업에서부터 제과, 양조, 의류 등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일본 소비자에게는 시니세라는 말 자체가 전통 브랜드로서 장인 또는 명인이 만드는 권위 있는 물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기업전문 조사기관인 데이코쿠(帝國)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창업 또는 설립한 지 100년 이상 된 기업은 2만여 개에 이른다.

일본에 이처럼 시니세 기업이 많은 이유는 뭘까. 일본의 신용금고중앙협회 산하 지역·중소기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시니세 기업은 우선 지역이라는 든든한 사업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세 기업은 안정적인 원료 조달지 혹은 고객 확보 차원에서 지역을 활동 거점으로 삼아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시니세 기업은 도쿄(東京·1675개) 오사카(大阪·981개) 교토(京都·901개)에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있지만 시마네(島根) 니가타(新潟) 야마가타(山形) 현 등 동해안과 홋카이도(北海道) 오키나와(沖繩) 등에도 골고루 퍼져 있다.

시니세 기업은 수백 년 동안 같은 사업을 영위했기 때문에 보수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대 기업 못지않은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해왔다. 시대적 상황요구에 맞게 차기 제품을 연구하고 이를 신속히 상품화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니세 기업은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복수응답)으로 ‘신뢰 유지 및 향상’(65.8%)과 함께 ‘진취적인 기질’(45.5%)을 꼽았다. 시대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시니세의 기업정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시니세 기업은 사업 확대보다는 고객 만족을 우선시해왔다. 자본주의 기업에서는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사업을 성장시키고 확대하는 데에 더 많은 가치를 두지만 일본의 시니세 기업은 성장 확대보다는 장기 존속에 주력하고 고객주의를 경영의 원점으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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