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인재보다 ‘소통형’ 뽑아라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1일 04시 00분


“글로벌 스탠더드” 외치는 온라인 게임업계의 채용 실험

대기업 선발 방식 벤치마킹
조직에 맞는 ‘충성형’ 선호
‘인재 쟁탈전’ 부작용 차단

“출근길이 더는 즐겁지 않을 때가 내가 은퇴하는 날이다.”

“평범한 일이 주어져도 상관없다. 비범하게 해내면 되니까.”

재기발랄한 이 문장들은 이번 주부터 시작된 온라인게임개발업체 엔씨소프트의 상반기 신입 경력 공채 광고카피 문구들. 이 문구를 보면 ‘게임회사=튀는 인재 채용’이라는 공식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튄다고 해서 반드시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상반기 중 100명 이상을 채용하는 엔씨소프트는 올해 5월 처음으로 인턴제를 도입했다. 인턴제는 포스코 CJ 등 최근 대기업들이 도입한 채용제도.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이 제도를 운영했고 내부 반응이 좋아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대기업 인턴제를 벤치마킹할 정도로 조직이 커져 그 조직을 이끌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생각이다. 엔씨소프트 채용 관계자는 “업무능력과 대인관계 등으로 선발을 위한 평가항목이 더 세밀하고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 엔씨소프트 인턴제 도입

최근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인재 채용방식을 바꾸고 있다. 인재상도 튀는 스타일이나 화려한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아니라 조직문화에 잘 어울리고 소통이 잘 되는 인물로 바뀌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인재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인턴십’도 검토 중이다. 또 전공과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게 한 ‘교차지원’ 제도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아트,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게임 개발 내의 세세한 분야는 전공자 위주로 뽑았다. 경력이나 해당 기술이 없으면 지원 자체가 어려웠다.

최근 공채를 마친 넥슨은 ‘소통형 인재’를 가장 큰 화두로 꼽고 ‘팀 면접’ 전형을 포함했다. 그간 면접에는 임원 몇 명이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지원자가 지원한 팀의 말단직원까지 면접에 들어가게 했다. 팀 전원이 함께 일할 동료를 스스로 뽑게 하자는 취지다. 넥슨 인사팀 백한주 파트장은 “게임 개발만큼 중요한 것이 팀원 간의 소통과 협력”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대기업에서 주로 하는 아이디어 공모전도 도입해 1등으로 선발된 팀 5명 전원을 뽑기도 했다.

게임업체들은 대기업이 내세우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한다. 이는 갈수록 경력보다 신입직원을 선호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CJ인터넷은 지난해 신입 공채 인원을 30% 늘렸고 올해는 30% 더 뽑을 예정이다. 비대해진 조직을 이끌기 위해 충성도 높은 신입직원을 공격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CJ인터넷은 설명했다.

○ “기존 인력으론 발전 힘들다”

네오위즈게임즈 인사팀 박천호 과장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신입직원을 뽑아 교육하기보다는 경험 많은 경력직을 뽑아 단시간에 작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게임업계 경력직 채용 비율은 61.1%로 신입(38.9%)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물론 이 덕분에 국내 온라인게임산업은 10여 년 만에 3조 원이 넘는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주목 받는 인재 몇 명을 두고 ‘돌려 막기’ 식 싸움이 일어났던 것이 사실. 또 이른바 돈 되는 게임 개발에 몰두하는 바람에 ‘장르 편식’이라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한국 온라인게임업계가 기존 인력으로는 발전이 힘들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작인력양성팀 김용준 과장은 “한 해 매출 1조 원을 바라보는 업체나 2000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업체가 나오는 등 업계가 전반적으로 대규모 조직으로 변한 만큼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탈피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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