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추돌사고를 냈을 때 승용차끼리의 추돌사고 때보다 수리비가 최대 2.9배 더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승용차의 앞 범퍼가 SUV의 뒷 범퍼 밑으로 들어가는 ‘언더라이드’ 현상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전은 물론 수리비 절감을 위해서라도 SUV의 범퍼 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이런 내용이 담긴 ‘SUV의 범퍼 높이가 승용차 수리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실험 결과 승용차 A가 시속 25km의 속도로 승용차 B를 추돌할 때 A 차량의 수리비는 63만 원에 그쳤으나 SUV와의 추돌사고에서는 181만 원으로 2.9배 더 나왔다. 실험에 사용된 A, B의 배기량은 1600cc급이고 SUV는 2700cc급이었다. A 차량의 앞 범퍼 높이는 485mm, B 차량과 SUV의 뒷 범퍼 높이는 각각 484mm, 563mm였다.
A가 시속 15km의 속도로 SUV를 들이받았을 때 수리비는 86만 원으로 B와 사고가 냈을 때(44만 원)보다 역시 2배 정도 비쌌다.
승용차끼리의 추돌사고에서는 범퍼와 전조등 일부만 손상됐으나 SUV와의 사고에서는 언더라이드 때문에 보닛 라디에이터 에어컨 콘덴서 등 고가 부품이 심하게 훼손됐다. 국산 승용차의 앞 범퍼 높이는 평균 470mm로 뒷 범퍼의 473mm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SUV는 각각 470mm, 541mm로 뒷 범퍼가 71mm 높았다.
보험개발원은 “국내 자동차안전기준 시행세칙에 승용차의 범퍼 높이에 대한 기준이 있지만 SUV는 이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SUV의 범퍼 높이를 승용차와 비슷하도록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