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성공한 한국전력은 올해를 ‘원전 수출 확대의 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이 최근 30년 만에 원전 증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세계 원전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시장 공략으로 원전 수출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 한전은 “원전은 한국의 새로운 수출 품목이 될 수 있다”며 “터키 인도 중국 요르단 등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수주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한전의 글로벌 활동이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한전의 세계 시장 진출은 1990년대에 시작됐다. 당시 한전은 수십 년간 국내 전력시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1995년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 성능복구 및 운영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당시 세계 최대의 발전소였던 필리핀 일리한 가스복합 화력발전사업을 치열한 경쟁 끝에 따냈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 시장 외에 화력, 수력발전도 세계시장이 매우 넓다”며 “화력발전 사업은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수력발전은 라오스 그루지야 볼리비아 지역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031억 원에 불과했던 해외매출을 2020년까지 27조 원까지 늘린다는 것이 한전의 장기적 계획이다. 한전은 “올해부터 매년 원전을 1기씩 수출해 2020년까지 총 10기의 원전을 수출하기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수립했다”며 “원전 핵심국가, 원전 잠재시장 등으로 구분해 각 시장에 맞는 수주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전은 숙련된 원전 인력을 조기 양성하고 수출 대상국의 인력을 한국에서 교육시키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한국형 원전’의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유연탄 12%, 우라늄 22% 수준인 자주개발률을 5년 안에 2배 이상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자원개발 대상을 남미 지역 외에 북미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확대하고 세계적인 자원개발 회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전은 “지금까지 쌓아온 세계무대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에는 좀 더 활발한 세계시장 공략 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전력·자원 관련 사업의 동반진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라크-러시아 등서 유전개발권 잇단 개가
1983년 안전하고 깨끗한 천연가스를 도입,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한국가스공사는 단순 도입 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에너지 자원 확보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가스공사는 “단일기업 규모로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도입 회사로 성장했다”며 “이제는 이 같은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천연가스 탐사 및 개발 등 천연가스개발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에너지자원을 주도적으로 확보하고, 에너지원 자주개발률과 해외사업 비중을 높이기 위한 가스공사의 노력은 2008년 주강수 사장 취임 이후 더욱 빨라졌다. 그 결과 지난해 이라크에서 총생산량 63억 배럴에 이르는 대형 유전의 개발권을 수주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라크 유전 개발은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대형 유전의 개발권을 수주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지난해 12월에도 총생산량 8억 배럴에 이르는 유전을 러시아의 가스프롬과 함께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자원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 전문기업’을 목표로 해외 자원개발에 전력을 다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초 해외 자원 개발사업 조직을 강화하고 기존의 자원본부를 자원개발본부와 자원사업본부로 확대 개편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 해외 자원개발 외에 수십 년간의 도시가스 공급 경험을 토대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도시가스 사업 등 해외 도시가스 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태국 만사니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관리 사업 등 천연가스와 연관된 사업에 진출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와 함께 LNG 외에 셰일(shale) 가스, 가스 하이드레이트 등의 개발에도 앞장서는 등 취급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스 공사 측은 “이는 앞으로 각광받는 미래 신에너지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에너지 고갈 시대를 준비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다양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통해 가스공사는 가스 도입 및 판매, 에너지원 탐사 및 개발, 천연가스 액화사업, LNG 트레이딩, 해외 도시가스 사업 등 가스 산업 전반에 걸친 사업영역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가스공사 측은 “해외에서 가스를 도입하는 업무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가스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며 “자원 탐사부터 개발, 공급까지 가능한 글로벌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원전 기술자립도 이미 95%… “2년뒤엔 100%”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최종 사업자 선정 직후 무함마드 알함마디 UAE 원자력공사 최고경영자(CEO)가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한국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한국형 원전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운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다른 경쟁 업체에 비해 안전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짧은 건설공기와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비용이 수주의 큰 공신이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한국형 원전의 뛰어난 운영 실적이 배경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뛰어난 운영실적’의 중심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있다.
한수원 측은 “1978년 고리 원전 1호기부터 수십 년 동안 원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능력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라며 “외국에 비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원전 운영 능력을 토대로 한국형 원전의 해외시장 진출의 최전선에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의 원전 운영실적은 이미 수치로 입증된 바 있다. 원전 운영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이용률은 2009년 말 기준으로 91.7%를 달성했다. 이는 세계 원전 이용률 평균보다 12%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로 원전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원전 이용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600억 원 정도의 경제적 이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또 수치가 낮을수록 운영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불시정지 건수도 2008년 7건, 2009년 6건에 불과해 기당 연평균 1회에도 미치지 않는 우수한 실적을 냈다.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 능력을 보유한 한수원이지만 지금도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한수원 측은 “현재 95% 수준인 원전 기술 자립도를 당초 계획보다 6개월가량 앞당겨 2012년 10월경에는 기술 자립도 100%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12년 말에는 UAE 수출 모델인 ‘APR1400’ 원자로보다 경제성과 안전성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1500MW급 국산 대형 원자로 ’APR+’의 표준 설계 기술개발도 완료할 방침이다.
한수원 측은 “차세대 원전인 ‘APR+’의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형 원전의 수출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원전 운영능력뿐만 아니라 기술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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