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스위스 비밀계좌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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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스위스와 맺은 조세조약 개정 협의중
내년부터 탈세 혐의자 계좌정보 제공받을듯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정부가 탈세 혐의가 있는 개인이나 기업의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 정보를 받아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스위스와 맺고 있는 조세조약을 개정해 고액 자산가들이 비밀금고로 활용해 온 스위스 은행의 금융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양국이 협의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스위스가 1981년 체결한 조세조약에 금융정보 교환규정을 추가하기 위해 스위스 측과 논의 중”이라며 “스위스 정부가 7월 자국에서 관련 내용을 최종 조율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현행 조세조약에는 금융정보 교환 조항이 없어 정부는 탈세자가 스위스 은행에 거액의 예금을 숨기면 계좌가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재정부는 상반기 내 스위스 측과 실무 협의를 마무리한 뒤 7월에 조약 개정에 합의하면 비준절차를 거쳐 내년 초부터 새 조약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스위스 정부가 금융정보 제공범위를 최소화하려 해 실제 한국이 요구할 수 있는 정보는 탈세 등 범죄혐의가 확인된 개인이나 기업의 특정 계좌로 제한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탈법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기업이 스위스의 은행에 맡긴 비밀예금 정보는 받을 수 없고 탈세혐의로 기소된 기업의 계좌 내용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스위스는 금융비밀주의 원칙에 따라 범죄자라 할지라도 고객의 계좌 내용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금융정보 교환을 기피하는 나라에 대한 제재조치가 취해질 수 있음을 경고한 뒤 미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와 정보교환협정을 맺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작년 9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버뮤다, 건지, 마셜, 사모아, 쿡, 바하마 등 6개 조세피난처와 금융정보 교환협정을 체결했다. 이번에 대형 은행이 많은 스위스와 조세조약을 개정하면 조세피난처에 자금을 은닉하는 것이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외국을 이용한 역외(域外) 탈세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리히텐슈타인이나 케이맨제도 같은 다른 조세피난처와도 정보교환협정을 추가로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역외 탈세추적 전담센터를 통해 재산밀반출 실태 파악에 나선 데 이어 올해에는 비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국내외 6000만 개 기업의 재무자료를 통합 분석하는 ‘국제거래 세원 통합분석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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