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선호도 美선 8위, 中선 1위… 음식한류, 현지화에 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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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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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갈길 먼 한식
나라별로 ‘맞춤 메뉴’ 개발
식객 사로잡을 홍보전 필요
식당 인테리어-서비스 등
현지 문화적 특성 반영해야

“1993년 김치를 들여와 일본에서 팔 때 우리 가게 옆 만두집에서 얼마나 뭐라고 하던지…. 자기네 만두에 우리 김치랑 마늘 냄새가 밴다는 거예요. 요즘은 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마늘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일본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야죠. 샐러리 김치처럼 현지에 맞는 한식 메뉴가 필요합니다.”(오영석·일본 도쿄의 한국음식점 ‘사이카보’ 대표)

“우리 식당을 찾는 손님 가운데 한식 이름을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은 20%도 안 됩니다. 먹는 방법도 몰라요. 반면 일본 스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각국 현지 사정에 맞는 ‘글로벌 한식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한식 업계에도 KOTRA 같은 해외 마케팅 전문 조직이 필요합니다.”(권영철·프랑스 파리의 한국음식점 ‘비빔밥’ 대표)

○ 세계인의 눈높이로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한식 세계화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해외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각국의 특성을 반영한 ‘현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지화라고 해서 무조건 ‘퓨전’이 아니라 현지인에게 가깝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세련되게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해외 한식당의 현실을 고려하면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옷을 입고 음식을 나르는 등 맛 외에도 현지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희 경희대 외식산업학과 교수는 “덮어놓고 현지화를 추진하는 것보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식단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정통 한식에 가까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시장에 따라 현지화 전략과 정통 한식을 내놓는 전략을 각각 다르게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 천편일률적인 한식 메뉴

농식품부가 직접 해외 현장을 분석한 ‘한식당 해외진출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메뉴가 고기류 중심으로 다양하지 못한 편이었다. 한식 메뉴가 육류에 편중된 이유는 다양한 한식에 대해 홍보가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한 대학의 식품관련 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이 고기를 직접 굽는 재미를 느껴 고기 메뉴가 많긴 하지만 한식에 대한 외국인의 인지도가 육류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다양한 메뉴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철 비빔밥 대표는 “프랑스인들은 한식을 워낙 모르다 보니 메뉴를 볼 때 ‘로또’를 하는 느낌인 것 같다”며 “잘 고르면 성공이지만 예상과 다른 메뉴를 먹으면 그 식당을 다시 찾기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민의 역사가 긴 미국 외에는 대부분 한식당의 역사가 짧았다. 문을 열었다가 녹록하지 않은 시장 반응에 금방 문을 닫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현장의 얘기다. 미국은 10년 이상 된 한식당의 비율이 34%로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높았다. 하지만 5년 미만의 신생 식당이 전체의 36%로 가장 많았다.

중국과 베트남은 5년도 안 된 식당이 각각 62%, 72%로 대다수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식당 관계자는 “현지 시장조사 없이 타깃도 정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창업하는 식당들은 금방 문을 닫기 쉽다”며 “현지 시장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야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인 중심의 식당

현주소만 보자면 한식 세계화는 ‘한인들만의 잔치’에 머물기 쉬워 보였다. 한식당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한국 관광객이나 교포 등 한국계였다. 베트남에선 한국 손님이 절반 이상인 한식당이 81%였고, 중국과 미국은 각각 63%, 61%였다.

한식당 주인도 대부분 한국인이다. 미국에는 한식당의 95%가 한국인이나 교포가 운영하고 있었다. 중국은 86%가 한국인과 중국동포가 운영하고 있고 베트남도 85%에 달했다.

해외의 다양한 민족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한식 메뉴 외의 문화적 요소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한식 프랜차이즈 ㈜놀부의 고경진 실장은 “외국인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며 “각 나라 대중이 원하는 음식점의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제공해 일단 손님을 끌어모아야 한식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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