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포드 ‘머스탱’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복고풍 디자인… 향수를 자극하다


포드의 ‘머스탱’에는 미국의 자동차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풍족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 번영의 시대와 핵가족화, 공룡화한 시스템의 위기, 섬세하지 못한 손길. 이미 2005년에 나온 모델이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머스탱을 몰고 미국의 낭만을 느껴봤다.

머스탱은 1964년 처음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승용차 길이가 5m를 넘었다. 미국 자동차의 대부 중 한 명인 리 아이어코카가 포드에 근무할 당시 핵가족화하는 미국 사회에 착안해 5m가 넘는 기존 승용차의 사이즈를 줄이고 스타일리시한 쿠페 디자인을 내놓은 신개념 모델이 머스탱이다. 그래서 포니(Pony·조랑말)카라는 애칭도 붙었다. 미국 기준에서 포니카이지 현대자동차의 ‘포니’보다는 훨씬 체격이 큰 중형급이다.

처음에는 스포티한 쿠페 정도로 디자인된 이 차는 예상외로 큰 인기를 끌면서 레이싱에도 출전하고 고출력 가지치기 모델도 잇따라 탄생했다. ‘셸비 머스탱 코브라’가 대표적이다. 오랜 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차이니만큼 영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남과 여’(1966년 아누크 에메와 장루이 트랭티냥 주연) ‘불릿’(1968년 스티브 매퀸 주연) ‘식스티 세컨즈’(2000년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 ‘나는 전설이다’(2007년 윌 스미스 주연) 등 수없이 많다. 그러나 현대식 자동차들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잊혀 가던 머스탱은 2005년 레트로 디자인으로 새롭게 부활한다. 초대 모델의 이미지와 현대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미국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다지 ‘챌린저’와 시보레 ‘카마로’가 합류해 레트로 3형제로 불린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머스탱은 고루한 자동차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겉모습은 2000년대 디자인이지만 성능이나 마무리는 여전히 1960년대에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배기량이 4.0L나 되는 V6엔진의 출력은 고작 212마력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8.2초. 서울시내 주행 연료소비효율은 L당 5km 수준이다. 한마디로 ‘저효율 고비용’ 구조다. 얼핏 보이는 실내 디자인은 나쁘지 않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중국산 싸구려 장난감 같은 스위치, 이가 꼭 맞지 않는 조립품질 등이 안쓰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탱은 묘한 매력과 존재감을 풍긴다. 모든 단점을 잊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또 3900만 원으로 이만큼 눈길을 끄는 자동차도 만나기 쉽지 않다. 미국적인 여유와 머스탱만의 묘한 흡인력을 느낀다면 당신은 진정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